카메라 장비를 챙기다 보면 어느 순간 SD 카드 용량이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매장 매대에서 손톱만 한 마이크로 SD 카드를 집어 들며 "이걸로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지금 그 작은 칩이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샌디스크 이야기입니다.B&H 전자상가에서 마주친 메모리 카드의 진짜 정체뉴욕 미드타운에 가면 건물 한 블록을 통째로 쓰는 카메라·전자제품 전문 매장 B&H가 있습니다. 취급 품목만 40만 종이 넘는 곳인데, 저도 촬영 장비를 챙길 때마다 이런 대형 전자상가를 뒤지는 편이라 첫 발을 들였을 때 꽤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 매장엔 독특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토요일이면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주..
킨더가든 스크리닝 날 공립학교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30분짜리 일대일 평가 하나가 교재 구매 예산으로 이어지고, 학교 강당이 통째로 임시 서점으로 바뀌는 구조를 직접 보고 나서야 미국 공교육이 두 개의 상장사에게 얼마나 완벽한 판로가 되어주는지 실감했습니다. 스콜라스틱과 듀오링고, 같은 교육 시장에 있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법니다.스콜라스틱 북페어: 학교가 판매 채널이 되는 구조처음 북페어 현장을 봤을 때 한국 시각에서는 꽤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학교 체육관 문을 열면 '캡틴 언더팬츠'와 '도그맨'이 진열대에 가득하고, 아이들이 직접 지갑을 들고 와서 책과 학용품을 고릅니다. 해리포터 미국판 출판사로 잘 알려진 스콜라스틱(Scholastic)이 미국 전역 약 ..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의 약 80%는 집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출처: 미국 에너지부 대체연료데이터센터(AFDC)).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그럼 미국에서 전기차 타는 건 꽤 편리하겠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아파트 주차장에 붙은 충전기를 보면서 하나씩 파고들다 보니, 이 80%라는 숫자가 얼마나 많은 현실을 가리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충전 유목민 — 도심 전기차 오너의 현실80%라는 통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차고나 드라이브웨이가 딸린 단독주택 거주자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뉴욕처럼 아파트와 콘도가 주거 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제가 직접 주변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관리사무소 허가, ..
솔직히 저는 야구 구단의 수익이 '티켓과 중계권'에서 나온다고 오랫동안 믿었습니다. 그런데 MLB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나스닥에 상장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나서 그 믿음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야구 부문은 적자, 구장 옆 부동산 부문은 흑자. 이 한 줄이 현대 스포츠 산업의 진짜 구조를 설명합니다.MLB 유일한 상장구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진짜 수익 구조MLB 30개 구단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직접 살 수 있는 구단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홀딩스(티커: BATRA) 단 하나입니다. 양키스도 다저스도, 보스턴 레드삭스도 모두 비상장입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캐나다 통신사 로저스의 자회사라 간접 보유가 가능하긴 하지만, 로저스는 통신·미디어 기업이라 야구단 가치가 주가에 직접 반..
브루클린 한복판에서 묘지가 공원처럼 펼쳐져 있는 걸 처음 봤을 때, 저뿐만 아니라 주변 제 가족들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장례식장이라면 병원 지하, 형광등 아래 빈소가 전부였는데, 미국에서는 죽음이 아예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그 차이가 결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데스케어 기업 하나로 이어지더군요.그린우드 묘지 — 묘지가 공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브루클린에 있는 그린우드(Green-Wood) 묘지에 처음 들어섰을 때, 제가 직접 걸어보면서 느낀 건 "여기가 정말 묘지인가"라는 당혹감이었습니다. 언덕과 연못, 19세기 석조 조각들이 야외 박물관처럼 펼쳐져 있고, 브루클린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오르면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그린우드는 1838년에 문을 열었고, 현재 미..
솔직히 저는 한동안 폴로 랄프 로렌과 타미 힐피거를 거의 같은 급의 브랜드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렛에 가면 항상 나란히 붙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두 매장의 가격표를 직접 들여다보고 나서야 이 둘이 겉모습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차이는 결국 주식 시장에서 시가총액 7배라는 숫자로 벌어져 있었습니다.같은 아웃렛, 다른 가격표 — 유통전략이 갈린 20년뉴저지 저지가든 아웃렛에서 제가 직접 확인한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극명했습니다. 폴로 랄프 로렌의 클래식 폴로셔츠는 120달러 정가에서 15~20% 할인에 그쳤고, 타미 힐피거 매장으로 넘어가면 비슷한 셔츠가 40~50% 할인 태그를 달고 20달러대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아웃렛이라는 같은 공간인데도 두 브랜드가 ..
뉴욕 월스트리트 앞 60층짜리 고급 아파트가 6년째 텅 빈 채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 멈췄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늘 같은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저 손실은 결국 누구 장부에 남는 걸까?" 이 기울어진 빌딩 한 채가 나스닥 상장 은행의 머리를 싸매게 만든 이야기를 따라가 보겠습니다.매립지 위에 200m, 왜 기울 수밖에 없었나모래 위에 쌓은 성이 기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200m짜리 고층 건물이 그 위에 올라간다면 어떻게 될까요?뉴욕 맨해튼 남단 161 Maiden Lane 일대는 17세기 후반부터 매립이 이어진 땅입니다. 돌, 모래, 쓰레기, 심지어 난파선 조각까지 묻혀 있는 이 물렁한 매립층이 7m를 넘고, 진짜 바위층인 암반은 지하 47m 아래에..
올해 1분기 카바(CAVA)의 동일매장 매출은 +9.7% 성장했고, 같은 기간 스위트그린(Sweetgreen)은 -12.8% 역성장했습니다. 두 회사가 같은 '건강식'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이렇게까지 엇갈린 이유가 뭔지, 저도 처음 수치를 보고 나서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양상추 기생충 리콜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 헬시 패스트 캐주얼 시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양상추 기생충 사태, 정확히 무슨 일인가이번 리콜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 cayetanensis)입니다. 사이클로스포라란 오염된 농산물을 통해 인체에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주된 증상은 심한 수양성 설사와 복통이며 면역 취약자에게는 장기화될 수 있는 감염증입니다. 쉽게 말해 한 번 걸리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