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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엔 "화성 이주"라는 단어 하나가 너무 설렜습니다. 스페이스X가 상장 직후 시간 외에서 -7%를 찍던 날, 종목을 살펴보고 나서야 비전과 주가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AI 사업 매출이 1년 만에 3배를 넘겼다는 소식도, 막대한 CAPEX(자본 지출) 부담과 대규모 락업 해제 물량 앞에서는 힘을 못 쓰더라고요.

락업 해제: 주가 상단을 누르는 수급 압력

스페이스X 상장 직후 주가가 200달러 초반에서 고점 224달러를 찍고 흘러내린 이유를 두고 "기대만큼 못 올랐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수급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장 초기 이틀에서 사흘 동안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체는 패시브 자산, 즉 ETF와 인덱스 펀드입니다. 여기서 패시브 자산이란 특정 지수나 섹터를 그대로 추종하는 운용 방식으로, 스페이스 관련 ETF를 설정한 운용사는 스페이스X 주식을 반드시 편입해야 합니다. 이 의무 매수가 끝나는 순간 상승 동력은 사라집니다. 제가 직접 상장 전후 흐름을 관찰하면서 느낀 건데, 그 이틀이 지나면 신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의 매도 물량만 남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락업 해제(Lock-up Expiration)입니다. 락업 해제란 상장 전 주식을 보유하던 초기 투자자나 임직원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시장에 주식을 팔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스페이스X의 경우 전체 주식의 약 40%에 달하는 물량이 8월부터 12월 9일까지 단계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구조입니다. 이 일정이 끝나기 전까지는 반등이 나와도 곧바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장 직후 200달러 선에서 전량 매각했다는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락업 해제 플랜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이 기업은 다를 거야"라고 믿고 들어갔다가 장기간 마이너스 계좌를 들여다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수급 논리가 얼마나 냉정하게 작동하는지 아실 겁니다.

  • 상장 초기 상승: 패시브 자산(ETF·인덱스펀드)의 의무 편입 매수가 주도
  • 락업 해제 일정: 8월~12월 9일까지 전체 주식의 약 40% 단계적 출회
  • 반등 구간: 실적 발표 기대 + 공격적 매도 일시 중단이 만든 단기 상승
  • 나스닥 편입 효과: 패시브 유입이 추가로 발생하지만 락업 압력을 상쇄하기엔 역부족
요약: 12월 9일 최종 락업 해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반등 시마다 매도 물량이 반복 출회되는 수급 구조이므로, 상단이 강하게 제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CAPEX와 밸류에이션: 비전의 값이 너무 비싸다

AI 사업 매출이 1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고, 경영진은 AI 관련 CAPEX를 1년 안에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회수 기간을 1년으로 못 박는 기업은 거의 없거든요. 그 발언이 나온 직후 시간 외에서 주가가 급락한 것도 시장이 그 자신감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CAPEX(Capital Expenditure)란 공장·서버·위성 등 장기 자산을 취득하는 데 쓰는 자본 지출을 말합니다. 스페이스X는 AI 사업부에 해당 사업부 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 자체가 FCF(잉여현금흐름) — 기업이 영업 활동과 투자를 모두 끝내고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 — 를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 FCF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빠르게 흔들립니다.

스타링크(Starlink)가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며 B2B와 정부 수주를 통해 실질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그 흑자를 AI 인프라가 갉아먹는 구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출처: 미국 SEC EDGAR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상장 기업의 자본 지출과 현금흐름 추이는 투자 판단에서 빠질 수 없는 지표입니다.

멀티플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멀티플(Multiple)이란 기업의 이익이나 매출 대비 주가가 얼마나 높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배수입니다. 현재 스페이스X의 멀티플은 나스닥 내에서도 테슬라, 팔란티어와 함께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멀티플이 높다는 건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적 발표 시즌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변 우주 산업 기업들과 멀티플을 비교한 보수적 리포트를 쏟아내면 숏(매도) 포지션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출처: Yahoo Finance 애널리스트 분석에서도 이런 밸류에이션 논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우주 방호 사업 수주 기대감은 분명 호재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책 기대만으로 높은 멀티플을 정당화하려면 실제 계약 수주와 매출 반영이라는 확인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화성 이주나 달 기지 로봇 공장 같은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들릴수록, 한 발 물러서서 AI CAPEX의 실질적인 FCF 회수 여부와 스타링크 V3의 마진율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AI CAPEX가 매출의 6배에 달하는 초과 투자 상태에서 FCF 회수 시기가 불분명한 한, 나스닥 최상위권 멀티플은 언제든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페이스X 락업 해제가 끝나면 주가가 오르나요?

A. 12월 9일 이후 락업 해제에 따른 매도 압력이 해소되면 수급 부담이 한층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락업 해제가 끝난다고 자동으로 주가가 오르는 건 아니고, 그때부터 비로소 실적과 멀티플로만 평가받는 국면에 진입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점 이후의 FCF 개선 여부를 보고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타링크 매출이 좋은데 왜 주가는 떨어지나요?

A. 스타링크가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흑자가 AI 인프라 CAPEX 투자로 상쇄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현재의 흑자보다 미래의 현금 창출 능력을 먼저 보기 때문에, 캐시카우가 있어도 자본 지출이 과도하면 주가 상단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Q. ETF로 스페이스X에 간접 투자하는 건 어떤가요?

A. 스페이스X 본주를 간접 보유하는 방식은 리스크를 헷징하다는 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우주 관련주는 스페이스X가 이끌고 가고 있기 때문에 스페이스X 개별주를 매수하는 걸 추천합니다. 다만 시기가 지금이 아니라 보호예수가 다 해소된 시점이 좋을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매수 보다는 관심종목에 넣어두고 지켜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Q. 트럼프 정부 우주 방호 사업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A. 정책 기대감은 단기 반등의 촉매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계약 수주와 매출 반영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도 락업 해제 물량은 계속 출회됩니다. 기대만으로 현재의 높은 멀티플을 유지하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수주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관망하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론

스페이스X는 기술력과 산업 지배력에서 압도적인 기업입니다. 그 점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업"과 "지금 살 만한 주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가 상장 초기 200달러 매도했던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12월 9일까지 락업 해제 일정이 남아 있고, AI CAPEX가 FCF를 훼손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기 반등을 기대하더라도 분할 매도 물량에 막히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락업 해제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 스타링크 V3의 마진율과 AI 사업부의 실질적인 FCF 회수 여부를 확인하고 진입 시점을 판단하는 냉정한 접근이 지금 시점에서는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Z7SHHRBJ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