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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 조(Trader Joe's) 냉동 코너에 "Korean Style Beef Short Ribs"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가격은 14.99달러. 저는 이 스티커를 처음 봤을 때 묘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먹어온 LA 갈비가, 이민 사회의 손끝에서 태어나, 지금 미국 주류 마트 냉동칸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이 갈비 한 팩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 있었습니다.

LA 갈비의 진짜 탄생 배경 — 플랭컨 컷과 문화적 재해석
제가 처음 트레이더 조에서 이 제품을 집어 들었을 때, 성분표를 꼼꼼하게 읽는 습관이 있어서 뒷면을 살펴봤습니다. 간장(Soy Sauce), 흑설탕(Brown Sugar), 청주(Rice Wine), 참기름(Sesame Oil), 마늘(Garlic)… 여기까지는 예상했는데, 배 즙 대신 레몬주스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게 유일하게 낯선 부분이었는데, 사실 그 낯섦이 이 음식의 탄생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LA 갈비는 한국의 전통 갈비 조리법이 미국으로 그대로 건너간 음식이 아닙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LA로 대거 이주한 한인들이 고향 음식을 재현하려 했지만, 미국 정육점에서는 한국식으로 길게 손질한 갈비를 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눈에 띈 것이 플랭컨 컷(Flanken Cut)이었습니다. 여기서 플랭컨 컷이란 갈빗대를 뼈의 가로 방향으로 얇게 켜는 절단 방식으로, 원래 동유럽 유대계 식문화에서 유래한 정육 기법입니다. 미국 정육점에서는 낯설지 않았지만, 한국 사람 눈에는 "이걸로도 되겠다"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였던 것이죠.
얇게 썰린 단면 덕분에 양념이 빨리 배고, 불판 위에서 금방 익고,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여기에 한국식 간장 양념을 입혔더니 갈비가 됐습니다. 절단법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남의 절단법을 한국의 양념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이 방식은 1980년대 말쯤 'LA 갈비'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역수입됩니다.
제가 저번 달에 직접 먹어봤는데, 트레이더 조 LA 갈비는 솔직히 너무 맛있었습니다. H마트에서 파는 양념 갈비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양념의 단맛 균형이 좀 더 깔끔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 마트 제품이 진하고 달콤한 쪽이라면, 트레이더 조 버전은 조금 더 담백하게 미국 입맛 쪽으로 조정된 느낌입니다. 틀렸다기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맛을 잡은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트레이더 조는 어떤 회사에서 이 제품을 제조했는지 공개하지 않습니다. 패키지에는 "Trader Joe's"로만 표기되어 있는데, 이런 경우 미국 농무부(USDA) 검사 번호를 역추적하면 제조 공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USDA란 미국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lture)로, 미국 내 모든 육류 가공 제품에는 반드시 이 기관의 검사 번호가 찍혀야 합니다(출처: USDA 공식 사이트). 이 제품의 경우 LA 남쪽 번(Vernon) 지역의 육류 가공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LA에서 태어난 방식의 갈비가, 50년이 지난 지금도 LA 옆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 플랭컨 컷(Flanken Cut): 동유럽 유대계에서 유래한 갈빗대 가로 절단 기법
- 한국식 간장 양념(간장·흑설탕·참기름·청주·마늘)과 결합해 LA 갈비로 완성
- 1980년대 말 한국에 역수입되며 기존 갈비와 구별되는 별도 메뉴로 자리잡음
- 트레이더 조 제품은 USDA 검사 번호 기준, 캘리포니아 번(Vernon) 공장에서 생산
소값은 역대 최고, 그런데 패커는 왜 적자인가
트레이더 조에서 LA 갈비 한 팩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소고기값이 이렇게 비싼데, 소고기 회사들은 지금 돈을 잘 벌고 있을까?" 저는 막연히 '소값이 오르면 소고기 회사도 돈을 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전혀 달랐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 발표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미국 전체 소 두수는 약 8,620만 마리로, 195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출처: USDA Cattle Statistics). 가뭄으로 목초지가 메말랐고 사료비가 치솟으면서, 목장주들은 번식용 암소까지 도축장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소를 다시 늘리려 해도 송아지가 출하 가능한 소고기가 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 회복은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가 귀해지자 소고기 소비자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역설이 생깁니다. 미국 소고기 가공 시장의 이른바 빅 4(Big 4), 즉 타이슨(Tyson), 카길(Cargill), JBS, 내셔널 비프(National Beef)가 시장 대부분을 처리하는 구조인데, 이 중 대표 상장사인 타이슨 푸드(Tyson Foods)의 소고기 사업부는 지금 적자입니다. 직전 분기 조정 영업 손실만 2억 200만 달러, 올해 연간 전망도 3억 5천만~5억 달러 적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패커(Packer)라는 개념을 이해하면 쉽습니다. 여기서 패커란 소를 직접 기르지 않고, 목장에서 소를 사들여 도축·가공 후 유통하는 육류 가공 기업을 말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소값(생우 매입가)이 오르면 원가가 바로 치솟습니다. 타이슨의 경우 직전 분기 생우 매입 비용이 1년 전보다 약 6억 달러 늘었는데, 판매 가격을 11.5% 올렸음에도 그 원가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것입니다.
즉 원자재값 상승이 기업 이익으로 자동 연결된다는 상식이 이 산업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타이슨은 결국 네브래스카 렉싱턴(Nebraska Lexington) 공장의 도축 운영을 중단했고, 지금 이익을 내는 부문은 소고기가 아니라 치킨입니다. 직전 분기 치킨 부문 조정 영업 이익은 5억 2,300만 달러로, 소고기 적자를 치킨이 메우는 구조입니다. 수급 불균형 속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플랭컨 컷 소고기에 한국식 양념을 입혀 상품 가치를 극대화했듯, 가공 및 브랜드화의 차별화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이 수치가 그대로 보여줍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두면, 현재 법무부(DOJ)가 농무부(USDA)와 공조해 이 빅 4 시장에서 담합이나 가격 조작이 있었는지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소 두수가 역대 최저인 상황과 맞물려 시장 구조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트레이더 조 LA 갈비, 한인마트 제품이랑 맛이 비슷한가요?
A. 제가 직접 두 제품을 시식하면서 비교해 봤는데, 방향성이 조금 다릅니다. 한인마트 제품이 진하고 달콤한 쪽이라면 트레이더 조 버전은 좀 더 담백하고 깔끔한 편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는 미국 입맛에 맞게 조정된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격 대비 완성도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Q. LA 갈비의 'LA'가 로스앤젤레스 약자 맞나요, 아니면 '가로(Lateral)'의 약자인가요?
A. 두 가지 설이 모두 널리 퍼져 있지만, 한국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포함한 여러 자료에서는 LA 한인 이민 사회 기원설을 가장 유력하게 봅니다. 플랭컨 컷의 공식 정육 명칭이 'Lateral'이라는 근거는 찾기 어렵고, 이 컷의 통상 명칭은 플랭컨(Flanken)입니다. 어원의 정답은 없지만, 어느 설을 따르더라도 이 음식이 미국 정육 시스템 위에서 태어났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Q. 미국 소고기값이 비싼 이유가 뭔가요?
A. 가뭄으로 목초지가 줄고 사료비가 오르면서 목장주들이 번식용 암소까지 도축장으로 보내야 했고, 그 결과 2026년 1월 기준 미국 전체 소 두수가 1951년 이후 최저 수준인 약 8,620만 마리로 떨어졌습니다. 공급이 급감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소 두수가 다시 늘려면 송아지를 키우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Q. 타이슨 같은 대형 소고기 회사가 소값 오를 때 왜 오히려 적자인가요?
A. 타이슨 같은 패커(Packer) 기업은 소를 직접 기르지 않고, 목장에서 사들여 가공·유통합니다. 소값이 오르면 생우 매입 원가가 바로 치솟고, 소비자 판매 가격을 올리더라도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 차이만큼 손실이 납니다. 타이슨의 경우 판매 가격을 11.5% 올렸음에도 생우 매입 비용이 1년 만에 약 6억 달러 더 늘어나 소고기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한 것입니다.
결론
트레이더 조 냉동 코너의 LA 갈비 한 팩이 이렇게 긴 이야기를 품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유대계의 플랭컨 컷과 한인 이민자의 간장 양념이 LA에서 만나 새 음식이 됐고, 그 음식은 한국에 역수입되어 이름을 얻었으며, 지금은 미국 주류 마트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팔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 소 두 수는 1951년 이후 최저, 소고기 가격은 사상 최고인데 정작 고기를 가공하는 회사는 적자입니다.
이 모든 흐름이 한 가지를 가리킵니다. 원재료가 귀하고 비쌀수록,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가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이민자들이 그 방식으로 LA 갈비를 만들었고, 지금의 K-푸드 열풍도 같은 원리 위에 있습니다. 트레이더 조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14.99달러짜리 그 팩을 한번 집어 드세요. 맛도 나쁘지 않고, 이야기는 훨씬 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