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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브리지 옆, 공연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피어 17(Pier 17)을 처음 봤을 때 저도 당연히 '저 건물 주인은 떼돈을 벌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1분기 매출 1,274만 달러에 순손실 4,410만 달러라는 숫자를 들여다보고 나서, 사람이 몰린다는 것과 돈이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이야기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매진 공연장이 적자인 이유 — 집객력의 함정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롤링스톤 오디오 어워드에서 미국 최고의 야외 공연장으로 선정됐고, 지난 시즌 62회 공연 중 35회가 매진, 19만 장 가까운 티켓이 팔렸습니다. 올 시즌도 5월 첫 공연부터 매진으로 출발했으니까요. 이 정도면 당연히 흑자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집객력(Traffic)이라는 개념을 수익성(Profitability)과 혼동하는 순간, 상업용 부동산의 진짜 함정에 빠집니다. 집객력이란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 그 자체이고, 수익성은 그 과정에서 실제로 남는 돈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이 많이 온다고 자동으로 돈이 쌓이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피어 17과 주변 부두 자산을 운영하는 시포트 엔터테인먼트 그룹(SEG, Seaport Entertainment Group)이 올해 1분기에 낸 4,410만 달러 순손실은 공연장만의 숫자가 아니라 회사 전체 수치입니다. 그리고 1분기는 옥상 공연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구조적인 출혈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따라가면, 피어 17 건물 자체와 그 안에 들어선 초대형 식음료 시설이 핵심 원인으로 등장합니다.

SEG의 전신인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는 17번 부두를 통째로 재건축하고 옥상을 공연장으로 만드는 데 4억 6,850만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셰프 장-조르주 봉게리히텐(Jean-Georges Vongerichten)을 데려다 팀 빌딩을 조성하는 데 5년에 걸쳐 2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썼습니다. 두 합계는 6억 6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 피어 17 재건축·감가상각 전 원가: 4억 6,850만 달러
  • 장-조르주 팀 빌딩 투자: 5년간 2억 달러 이상
  • 합산 투자액: 6억 6,000만 달러 이상 (약 1조 원)
  • 부지: 뉴욕시 소유, 2071년(옵션 시 2120년)까지 장기 임차
요약: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공연장도,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비용이 더 크면 구조적 적자를 피할 수 없다.

 

직접운영의 한계 — 장-조르주 팀 빌딩이 남긴 교훈

제가 직접 이 재무 흐름을 들여다봤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온 건 팀 빌딩의 구조였습니다. 세계적인 셰프의 이름값, 최고급 인테리어, 화려한 콘셉트. 어떻게 봐도 성공할 것 같은 조합이었는데 결과는 달랐습니다.

직접운영(Owned & Operated) 방식이란 회사가 공간을 직접 운영하고 매출과 손실을 모두 떠안는 구조를 말합니다. 임대를 놓고 월세를 받는 것과 달리, 흥행이 잘 되면 수익을 전부 가져가지만 실패하면 운영 부족분을 고스란히 메워야 합니다. 장-조르주 팀 빌딩이 바로 이 구조였습니다.

2022년 9월 문을 열었지만 회사는 지속적으로 운영 손실을 채워야 했고, 결국 지난 2월 4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점했습니다. 폐점 과정에서 설비와 인테리어를 철거하는 비용이 회계상 일시에 손실로 잡혔는데, 그 금액만 1,200만 달러입니다. 이것이 이번 1분기 순손실 숫자를 크게 부풀린 일회성 비용(One-time Charge)입니다. 일회성 비용이란 반복되지 않는 특수한 사유로 발생하는 손실이어서, 이를 제거하고 보면 실제 회사에서 빠져나간 현금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미어터지는 명소의 운영사는 안정적으로 돈을 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입지와 집객력이 아무리 좋아도,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이 크면 결국 적자입니다. 피어 17은 그걸 6억 달러 넘게 투입하며 몸으로 확인한 셈입니다.

참고로 이 회사의 연간 순손실 추이를 보면, 지난해 1억 1,674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회사가 제시한 조정 손실 기준으로는 49% 개선됐습니다(출처: SEC EDGAR 공시). 출혈이 줄고 있다는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요약: 직접운영은 흥행 성공 시 이익을 독점하지만, 실패 시 손실 전체를 떠안는 고위험 구조다.

 

임대전환 전략 — 위험을 나누는 실험의 시작

팀 빌딩이 닫힌 자리에 들어오는 건 풍선 박물관, 즉 벌룬 뮤지엄(Balloon Museum)입니다. 2021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전 세계 23개 도시에서 누적 800만 명을 모은 체험형 전시 브랜드로, 첫 미국 상설관이 바로 피어 17에 들어섭니다. 당초 7월 15일 개장을 발표했다가 현재는 8월 5일로 변경된 상태입니다(출처: Balloon Museum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이 계약 형태입니다. SEG는 장-조르주 때처럼 직접 운영하는 대신, 공간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임대모델(Lease Model)로 전환했습니다. 임대모델이란 건물 소유자 혹은 운영권자가 콘텐츠 운영 위험을 세입자에게 넘기고 안정적인 임차료 수입을 확보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흥행이 터지면 세입자가 더 가져가지만, 실패해도 임대료가 들어오는 동안은 건물주의 손실은 제한됩니다.

피어 17 인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집니다. 몰입형 전시로 유명한 미아울프(Meow Wolf)가 축구장 하나 크기의 공간에 20년 장기 계약으로 입점합니다. SEG가 체험 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직접 뛰는 것과 자리를 빌려주는 것을 다시 선별하고 있는 겁니다.

빌 에크먼(Bill Ackman)의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는 분사 직후 지분 37.9%를 확보하고, 주당 25달러에 1억 7,500만 달러 유상 증자에서 미달분 전액을 인수하겠다고 보증까지 섰습니다. 최근 공시 기준으로 지분은 39.2%까지 올라갔습니다. 제가 이 베팅을 들여다봤을 때 든 생각은, 그가 산 건 공연 티켓이 아니라 2120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뉴욕 최고 부지의 장기 운영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올해 2월 250 워터 스트리트를 1억 4,300만 달러에 매각해 약 7,600만 달러를 확보했고, 1분기 말 현재 현금성 자산 1억 4,470만 달러에 부채는 약 3,900만 달러입니다. 빚보다 현금이 훨씬 많은 구조가 됐습니다.

다만 이를 두고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세입자가 무너지면 공실(Vacancy)과 재임대 비용은 다시 SEG 몫으로 돌아옵니다. 공실이란 임차인 없이 비어 있는 공간으로 발생하는 기회 손실과 유지비용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흥행 위험을 세입자와 나눈 것이지, 없앤 것이 아닙니다.

요약: 임대전환은 흥행 리스크를 세입자에게 분산하는 구조 개편이며, 공실 리스크는 여전히 SEG가 떠안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어 17 공연장은 매진인데 왜 회사 전체는 적자인가요?

A. 공연장 자체의 수익과 회사 전체 손익은 별개입니다. 피어 17 재건축에만 4억 6,850만 달러, 팀 빌딩에 2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초기 투자 비용과 감가상각, 그리고 직접 운영하던 식음료 시설의 운영 손실이 겹치면서 공연 수익을 상쇄하고도 남는 구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면 돈을 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사람을 모으는 비용이 더 크면 적자는 피할 수 없습니다.

 

Q. 장-조르주 팀 빌딩은 왜 4년도 안 되어 문을 닫았나요?

A. SEG가 직접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운영 부족분을 회사가 계속 메워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최고급 브랜드와 인테리어가 갖춰져 있어도 고정비와 운영비가 매출을 초과하면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지난 2월 폐점했고, 철거 과정에서 1,200만 달러의 일회성 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되었습니다.

 

Q. 벌룬 뮤지엄 입점이 SEG에 어떤 의미인가요?

A. 직접 운영에서 임대 모델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첫 번째 사례입니다. SEG는 더 이상 콘텐츠 흥행 위험을 직접 떠안지 않고, 공간 임대료 수입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다만 세입자인 벌룬 뮤지엄이 실제로 흥행을 유지하는지가 이 전략의 진짜 검증대가 될 것입니다.

 

Q. 빌 에크먼이 SEG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표면적으로는 공연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이지만, 본질은 2120년까지 연장 가능한 뉴욕 맨해튼 최고 입지의 장기 부동산 운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현금성 자산이 부채를 크게 초과하고, 자산 매각으로 현금이 쌓인 상황에서 에크먼은 단기 흥행보다 부동산 운영권 자체의 장기 가치에 베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100년 넘게 생선을 팔던 자리에 미슐랭 셰프가 들어왔고, 이제 그 자리에 풍선이 옵니다. 파는 것은 바뀌어도 자리는 남습니다. SEG가 6억 달러 넘게 쏟아부으며 배운 건 결국 하나입니다. 사람을 모으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다른 기술이라는 것, 그리고 모든 흥행 위험을 직접 떠안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저는 임대 전환만으로 모든 게 해결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벌룬 뮤지엄과 미아울프가 실제로 자리를 지키는지, 세입자의 신용과 흥행 지속성이 이 전략의 진짜 검증대입니다. 다음에 사람이 넘쳐나는 공간을 보게 된다면, 저처럼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 공간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주인이 직접 장사를 하는지 자리만 빌려주는지를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Xpzw8HYcl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