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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PEF)가 아시아에 진출할 때 본사 방식을 그대로 이식하다 조용히 철수하는 사례를 멀리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KKR이 아시아 350명 인력 중 주재원을 단 2~3명으로 줄이고 현지 네트워크에 의사결정을 위임했다는 이야기가 남다르게 들렸습니다. 현지화와 가격결정력, 그리고 탈세계화 국면에서 KKR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풀어봅니다.

현지화 전략: 주재원 2명으로 8개국을 운영하는 방식
제가 관심 가졌던 PE 업계에서 해외 진출 실패의 공통 패턴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본사에서 수석 부사장급을 파견하고, 그가 현지 채용 인력 위에 군림하는 구조였습니다. 규제 환경도, 비즈니스 관행도, 심지어 계약서 협상 방식조차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본사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강요하면 어떻게 되는지 저는 충분히 들었습니다. 결과는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KKR의 접근은 달랐습니다. 아시아 진출 초기부터 현지 인력에게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넘겼고, 8개 오피스 350명 중 주재원은 2~3명에 불과합니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란 비공개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기업 지분을 집중 취득한 뒤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투자 구조를 말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현지의 딜 소싱(Deal Sourcing), 즉 투자 대상을 직접 발굴하는 역량이 수익률을 좌우하는데, 그 역량은 결국 사람과 관계에서 나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현재 8억 2천만 명 이상의 밀레니얼 세대가 있습니다. 미국의 약 6,800만 명과 비교하면 12배를 넘는 규모입니다(출처: KKR 공식 홈페이지). 이 인구통계학적 순풍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려면 헬스케어, 소비재, 디지털 인프라 각 시장의 로컬 인사이트가 필수입니다. 일본에서의 20억 달러 규모 리츠(REITs) 인수나 아시아 첫 사모 신용(Private Credit) 펀드 출범도 이 현지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츠(REITs)란 부동산 투자신탁으로, 다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소액으로 대형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저는 이 현지화 전략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한 가지를 냉정하게 짚고 싶습니다. 아시아 포트폴리오의 25~30%를 차지한다는 중국 시장에 대해, 밀레니얼 인구통계 하나만으로 낙관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미·중 패권 갈등에 따른 대중 첨단기술 투자 제한 행정명령, 부동산 부채 문제, 내수 소비 둔화는 엑시트(Exit), 즉 투자 회수 경로를 구조적으로 좁히고 있습니다. 현지화로 딜을 잘 집행했더라도, 회수 경로가 막히면 수익률은 숫자로 남지 않습니다.
- 아시아 8개 오피스, 350명 인력 중 주재원 단 2~3명
- 현지 네트워크 기반의 딜 소싱이 초과 수익의 핵심
- 일본 리츠 인수, 아시아 첫 사모 신용 펀드 — 현지화의 구체적 성과
- 중국 비중 25~30%: 인구 테마 외 지정학 리스크 정밀 검토 필요
가격결정력과 탈세계화: 고금리 시대 투자 원칙의 재편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던 시기, 제가 지켜보던 여러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가 뛰는데, 그 비용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가. 어떤 기업은 했고, 어떤 기업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 차이가 그대로 마진 격차로 나타나는 걸 보며,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경영학 용어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이란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경쟁사가 아닌 자신이 가격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주도'한다는 점입니다. KKR의 투자위원회는 이 기준으로 대상을 걸러냅니다. 가격결정력이 없는 산업과 기업은 고금리·고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마진이 압축되고 밸류에이션이 하락하기 때문입니다(출처: Financial Times).
제 경험상 이건 이론보다 훨씬 냉정한 기준입니다. 외형 성장률이 좋아 보여도 가격 결정력이 없으면 실제 이익은 줄어듭니다. KKR이 디지털 인프라, 소프트웨어, 생명과학, 그리고 탈탄소화 관련 섹터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 기준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분야들은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공급 대체가 어렵습니다. 가격을 내리기보다 올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거죠.
탈세계화(De-globalization) 흐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합니다. 지정학 갈등이 넷제로(Net-Zero) 공약을 후퇴시키고 각국이 당장 쓸 수 있는 화석 연료로 돌아갈 것이라는 쪽과, 에너지 안보 위기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는 쪽입니다. 저는 어느 한쪽만 옳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KKR은 태양광·풍력에 270억 달러를 투자하는 동시에 천연가스 인프라 병행 투자를 지지합니다. 넷제로(Net-Zero)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배출량은 흡수·제거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목표로 가는 길에 천연가스가 과도기적 가교 역할을 한다는 실용주의적 판단은, 구호보다 실행을 중시하는 투자자의 언어입니다.
공급망 디리스킹(De-risking)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디리스킹이란 완전한 디커플링(분리)이 아닌, 특정 병목 구간의 리스크를 선별적으로 줄이는 전략입니다. 반도체처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산업은 동맹국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재편하되, 전면적인 탈중국이 아닌 리스크 노출 최소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탈세계화를 이분법으로 보는데, 실제 투자 현장에서는 훨씬 세밀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KR이 아시아에서 주재원을 최소화하는 이유가 뭔가요?
A. 사모펀드의 수익은 결국 현지 딜 소싱 역량에서 나옵니다. 본사 파견 주재원보다 현지 네트워크와 관계를 가진 로컬 인재가 더 좋은 투자 기회를 먼저 포착하기 때문입니다. KKR은 이를 초기부터 전략 원칙으로 삼았고, 8개 오피스 350명 체계가 그 결과입니다.
Q. 가격결정력이 있는 기업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A. 원가가 올랐을 때 판매 가격도 따라 오른 기록이 있는지, 경쟁사가 가격을 내릴 때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구조적 수요 증가가 있고 공급 대체가 어려운 섹터에서 이 능력이 두드러집니다. 소프트웨어, 특수화학, 의료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Q. 탈세계화가 가속되면 아시아 투자 자체가 어려워지는 건가요?
A. 탈세계화를 전면적 분리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로는 리스크 노출 구간을 줄이는 디리스킹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국 중심 공급망에 과도하게 노출된 병목 지점을 줄이되, 인도·동남아 등 대안 시장으로 투자 다변화를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Q. ESG 투자와 수익률이 실제로 양립할 수 있나요?
A. ESG는 수익성과 충돌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모펀드 구조에서는 오히려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너지 효율 개선, 폐기물 감축은 직접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책임 있는 기업 운영은 기관 투자자(LP)의 자금을 유치하는 조건이 됩니다. KKR이 환경보호기금(EDF)과 20년 넘게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결론
KKR의 아시아 전략과 고금리 시대의 투자 원칙을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결국 좋은 투자의 본질은 '사람'과 '실행력'으로 귀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지화는 구호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이고, 가격결정력은 선별 기준이 아니라 생존 조건입니다. 탈세계화 국면에서도 이분법보다 정밀한 리스크 계산이 필요하다는 점은 제 경험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한 낙관적 테마만으로 25~30%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정당화하기엔 지금의 지정학 변수가 너무 구조적입니다. 장기 인구 테마를 신뢰하더라도, 엑시트 경로와 디리스킹 전략이 함께 검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체투자나 글로벌 PEF에 관심이 있다면, 수익률 숫자 이전에 어떤 실행 원칙 위에서 그 수익률이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