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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역사의 공룡 GE가 3개 회사로 쪼개진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게 해체 선언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분사(Spinoff) 이후 합산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를 회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결단이 얼마나 탁월한 수였는지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GE 에어로스페이스·GE 버노바·GE 헬스케어, 이 3형제가 각자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그리고 진짜 부활이라 부를 수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잭 월치가 키운 GE, 래리 컬프가 성장시킴 

잭 웰치를 처음 접한 건 경영학 수업에서였습니다. "1등 아니면 2등, 아니면 팔거나 닫아라"는 원칙이 당시엔 너무나 명쾌하게 들렸죠. 그런데 그 원칙이 GE를 세계 시총 1위로 끌어올린 동시에, 결국 GE를 가장 빠르게 무너뜨린 씨앗이기도 했다는 점이 나중에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과도한 금융 의존이었습니다. GE 캐피털(GE Capital)이란 금융 자회사가 제조업에서 빠진 실적을 대출 수익으로 메워왔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이 구조는 한순간에 뒤집혔고, 수십 년 쌓아온 신뢰가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제가 직접 당시 GE 주가 차트를 들여다봤을 때, 저 낙폭의 속도가 그냥 경기 침체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바로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GE가 내린 승부수가 외부 출신 CEO 영입이었습니다. 2018년 취임한 래리 컬프는 이전 직장인 산업 장비 회사 다나(Danaher)에서 14년간 재직하며 매출을 다섯 배 키운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가 GE에서 처음 한 일이 화려한 비전 선포가 아니었습니다. 취임 직후 분기 배당금을 주당 12센트에서 단 1센트로 깎아버렸습니다. 배당 삭감은 주주들에게 달갑지 않은 신호지만, 저는 이 장면에서 오히려 신뢰가 생겼습니다. 버틸 수 없는 현금 유출을 먼저 막고, 체질부터 바꾸겠다는 의지가 읽혔으니까요.

래리 컬프가 도입한 방식은 카이젠(Kaizen)으로 대표되는 현장 개선 철학입니다. 카이젠이란 일본에서 유래한 제조 혁신 방법론으로, 거창한 전략보다 공장 바닥의 동선 하나, 부품 적치 위치 하나를 끊임없이 줄이고 고치는 과정을 말합니다. GE의 엔진 정비 라인에서 부품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같은 공간을 어떻게 바꾸면 더 많은 엔진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직접 파고든 겁니다. 팀 쿡이 애플에서 공급망 효율로 스티브 잡스 이후의 성장을 이끈 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카리스마 대신, 운영의 밀도로 회사를 바꾸는 방식이죠.

그 결과, 취임 이후 6년 만에 부채를 1,000억 달러 이상 줄이고 영업이익을 20%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단이 130년 역사의 그룹을 세 갈래로 쪼개는 분사였습니다. 관료주의와 내부 정치에 기대어 연명하던 사업부들을 그룹의 보호막 밖으로 내던진 셈입니다.

  • 래리 컬프 취임(2018) 후 부채 1,000억 달러 이상 감축
  • 분기 배당금 12센트 → 1센트로 즉각 삭감, 현금 유출 차단
  • 카이젠 기반 현장 개선으로 영업이익 20% 이상 향상
  • 2023년 이후 GE 에어로스페이스·GE 버노바·GE 헬스케어 3사 분사 완료
  • 3사 합산 시가총액 약 6,000억 달러로 전성기 수준 회복 (출처: GE Investor Relations)
요약: 래리 컬프는 거대한 비전이 아닌 공장 바닥의 카이젠 철학으로 GE의 체질을 바꾸고, 분사라는 최후의 수술로 3형제 각각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분사의 명암 — AI 전력망 직격수 GE 버노바 vs. 발목 잡힌 GE 헬스케어

분사 이후 3형제의 온도 차가 이렇게 극명할 줄은 제 경험상 예상 밖이었습니다. 같은 뿌리에서 갈라졌는데, 어떤 회사는 수주 잔고가 폭발적으로 쌓이고, 어떤 회사는 주가가 연초보다 20% 이상 빠진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거든요.

먼저 가장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는 GE 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전 세계 상업 항공편 4편 가운데 3편에 GE 및 합작사 엔진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항공 엔진은 한 번 납품하면 20~25년을 운용하는데, 그 기간 내내 항공사는 GE에서 부품을 사고 정비 서비스를 구매합니다. 이를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엔진을 팔고 난 뒤에도 수십 년치 서비스 매출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구조입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서비스 수주 잔고만 1,700억 달러, 신규 수주는 1년 새 87% 급증했습니다(출처: GE Aerospace 분기 실적 발표). 이 숫자가 단순히 크다는 게 아니라, 이미 장부에 예약된 미래 매출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GE 버노바의 경우, 솔직히 분사 당시만 해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습니다. 전력 사업은 성장이 느린 구식 인프라처럼 보였고, 풍력 사업은 누적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AI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하면서 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미국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가 이미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의 4%를 넘어섰고, 이 수치는 빠르게 두 배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GE 버노바는 가스 터빈(Gas Turbine), 즉 천연가스를 연소시켜 전기를 만드는 발전 설비와 변압기, 전력 그리드(전력망) 장비에서 전 세계 점유율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전체 수주 잔고가 1,6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분사 2년 만에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AI 패권 경쟁이 결국 '전기를 얼마나 싸게, 많이 만드느냐'의 싸움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에서, GE 버노바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GE 헬스케어는 3형제 중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CT나 MRI 같은 의료 영상 장비 시장에서 지멘스, 필립스와 함께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 사업의 구조적 특성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대형 병원이 영상 장비 하나를 교체하는 주기가 10년 안팎인 데다, 각국 의료 규제까지 통과해야 하니 매출 성장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원자재 비용 상승과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저가 추격까지 겹쳤습니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비용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가는 연초 대비 20% 이상 밀렸습니다.

GE 헬스케어가 내놓은 대응은 AI 기반 암 검진 영상 솔루션 고도화와 사업 조직 통합입니다. 방향 자체는 옳다고 봅니다. 다만 이를 실적으로 증명하려면, 버노바나 에어로스페이스처럼 단기에 수주 잔고가 폭증하는 구조와는 결이 다르게, 훨씬 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제 생각에는 GE 헬스케어가 진정한 반등 신호를 보내려면 최소한 반복 서비스 매출, 즉 장비 판매 이후 유지보수·소프트웨어 구독으로 이어지는 연간 반복 수익(ARR)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키우느냐가 핵심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 GE 에어로스페이스와 GE 버노바는 MRO 수주 잔고와 AI 전력망 수혜로 강력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GE 헬스케어는 긴 교체 주기와 비용 압박 속에서 ARR 구조 전환이라는 더 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GE가 3개 회사로 쪼개진 이유가 뭔가요?

A. 단순히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거대한 복합기업 구조에서 비롯된 관료주의와 내부 자원 배분의 왜곡을 끊어내기 위해서입니다. 각 사업부가 그룹의 보호막 아래서 실적 부진을 숨기기 쉬운 구조였는데, 분사를 통해 각각의 사업 가치와 문제를 시장이 직접 평가하게 만든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은, 쪼개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6,000억 달러 회복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Q. GE 버노바가 AI 수혜주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나요?

A. AI 데이터 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는데, 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가스 터빈 발전과 변압기·전력 그리드 인프라가 대규모로 확충되어야 합니다. GE 버노바는 전 세계 전력 인프라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어, AI 전력 수요 증가가 곧 수주 잔고 증가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혹시 전력주를 AI 관련주와 별개로 보고 계셨다면, 이 연결고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GE 헬스케어 주가가 부진한 이유가 단순히 실적 때문인가요?

A. 실적도 영향을 미쳤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 구조의 특성입니다. 대형 병원 영상 장비는 교체 주기가 10년 안팎으로 길어서 단기 수요 폭발이 구조적으로 어렵고, 중국 시장 둔화와 현지 경쟁업체 추격이 겹쳤습니다. AI 영상 솔루션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것이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Q. GE 에어로스페이스의 MRO 사업이 왜 그렇게 매력적인가요?

A. MRO(정비·수리·오버홀)는 엔진을 한 번 팔면 20~25년간 항공사가 해당 제조사에서 부품과 서비스를 지속 구매하는 구조입니다. 즉 초기 판매 이후에도 고마진 서비스 매출이 장기간 따라오는 락인(Lock-in)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수주 잔고 1,700억 달러라는 숫자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이미 예약된 미래 매출이라는 점에서,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는 안정성이 핵심 매력입니다.

 

Q. GE 3형제에 투자한다면 어느 쪽을 먼저 봐야 하나요?

A. 이 부분은 개인 투자 판단의 영역이라 직접적인 추천은 어렵습니다만, 각 회사가 처한 구조적 환경이 다른 만큼 성장 타이밍도 다릅니다. GE 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확보된 수주 잔고 기반의 안정 성장, GE 버노바는 AI 전력 수요 확대에 따른 고성장 가능성, GE 헬스케어는 구조 전환이 실적으로 입증되기까지 더 긴 인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어떤 사업 구조에 확신이 있는지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결론

맨해튼 렉싱턴 애비뉴 한복판에 서 있는 100년 된 GE 옛 사옥 건물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주변 현대 빌딩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GE 3형제가 지금 딱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소비자 브랜드는 없지만, AI 시대를 움직이는 전력망과 항공 인프라, 의료 영상 기술이라는 뼈대를 쥐고 있습니다.

3형제가 진정한 부활을 완성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GE 에어로스페이스는 보잉·에어버스 같은 완성기 체인 리스크와 차세대 오픈팬(Open Fan) 엔진 기술의 가시적 성과를, GE 버노바는 폭발적으로 밀려드는 수주를 높은 마진으로 제때 납품하는 실행력을, GE 헬스케어는 ARR 구조 전환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차분히 실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덩치가 크다고 강한 게 아니라, 쪼개져야 비로소 강해진 GE의 역설이 앞으로 어떤 결말을 쓸지, 계속 지켜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gYMEzqtC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