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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희토류는 고작 0.32g입니다. 그런데 그 0.32g이 없으면 전기차 모터도, 첨단 미사일도, 휴머노이드 로봇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전 세계 희토류 시장 규모는 연간 약 60억 달러(약 8~9조 원)로 반도체나 에너지 시장에 비하면 몸집이 작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시장이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카드로 떠올랐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얼마나 중요하다고" 싶었는데, 공부를 파고들수록 이건 단순한 자원 이야기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생존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공급망 위기: 중국이 정제의 92%를 쥔 이유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란 스칸듐, 이트륨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자성(磁性)과 열 저항성이 뛰어나 전기를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모터 안의 자석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입니다. 그중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이 전체 희토류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핵심 원소입니다.
문제는 중국이 채굴의 69%, 정제의 92%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MP 머티리얼즈조차 캘리포니아 사막의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캐낸 원석을 중국으로 보내 정제한 뒤 다시 들여오는 구조였습니다. 환경 오염을 이유로 서방이 정제 공정을 중국에 떠넘긴 결과였고, 저는 이 대목에서 솔직히 좀 황당했습니다. 원조 기술을 가르쳐준 나라가 지금은 그 기술에 목줄이 잡혀 있는 셈이니까요.
자석 제조 비율은 더 심각합니다.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생산의 98%를 중국이 담당합니다. 자석은 모든 모터의 핵심 부품입니다. 전기차, 드론, 풍력 발전기, 비행기 공조 시스템, 심지어 군용 미사일 안에도 모터가 들어가고, 모터에는 희토류 자석이 들어갑니다. 2010년 중·일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전 세계가 이 의존도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 중국의 희토류 채굴 점유율: 약 69%
- 중국의 희토류 정제 점유율: 약 92%
- 중국의 희토류 자석 생산 점유율: 약 98%
- 글로벌 희토류 시장 규모: 연간 약 60억 달러(약 8~9조 원)
- 희토류 공급 10% 차질 시 세계 경제 손실: 약 1,500억 달러(골드만삭스 추산, 출처: Goldman Sachs)
MP머티리얼즈: 미국이 돈을 꽂을 수밖에 없는 회사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 티커: MP)는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을 운영하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생산 기업입니다. 1970년대까지 전 세계 희토류를 사실상 홀로 공급하던 곳이었지만,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산업이 자연스럽게 죽어버렸습니다. 그 기술을 중국이 가져가 지금의 패권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이 회사를 다시 공부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미국 국방부(DOD, Department of Defense)는 2024년 이 회사에 우선주 형태로 4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1억 5천만 달러의 대출을 추가 제공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 주식을 직접 취득한 초유의 사례입니다. 여기서 우선주(Preferred Stock)란 보통주보다 배당 및 청산 우선권을 갖는 주식으로, 단순 대출이 아닌 실질적인 지분 파트너십을 의미합니다. 또한 DOD는 MP 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에 대해 kg당 110달러의 가격 하한선을 보장했습니다. 시장 가격이 그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정부가 110달러로 전량 구매해 주는 구조입니다.
애플 역시 트럼프 2기 정부의 압박과 자원 확보 필요성에 따라 MP 머티리얼즈와 약 5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의 핵심은 재활용입니다. 아이폰 한 대에는 약 0.32g의 희토류가 들어 있는데, 애플이 수거한 자사 제품에서 희토류를 추출해 MP 머티리얼즈의 재활용 센터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아이폰 10만 대를 수거하면 약 32kg의 희토류가 나오는 셈입니다. 이렇게 신규 채굴과 재활용, 두 갈래를 동시에 가동하는 것이 미국의 현재 전략입니다.
제가 이 회사를 처음 눈여겨봤을 때 주가는 55달러 수준이었고, 이후 증권사 목표주가 112달러 발표와 함께 급등했다가 지금은 70달러 초반으로 조정된 상황입니다. 미국 정부가 55달러 수준에 직접 투자했다는 사실이 일종의 심리적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서방의 자립화: 호주·일본 동맹과 갈륨 정제소의 속내
미국은 자국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채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연간 희토류 수요는 약 5만 톤인데, MP 머티리얼즈가 풀가동해도 연간 7,000톤 수준에 그칩니다. 2028년 완공 예정인 '10X 팩실리티(위치 미공개 자석 제조 설비)'가 가동되면 연간만 톤 수준으로 늘어나지만, 여전히 수요의 20%에 불과합니다. 몇 년 뒤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이 본격화되면 수요는 더 늘어날 텐데, 지금 착수해도 광산 개발에 8~10년, 정제 시설 구축에 5년이 걸립니다(출처: Goldman Sachs Research).
그래서 미국은 동맹국 카드를 꺼냈습니다. 최근 미국·호주·일본이 공동 프로젝트에 합의하며 서호주 지역에 연간 100톤 규모의 갈륨(Ga) 정제소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갈륨이란 반도체 기판과 방위산업 레이더 시스템에 필수적인 희토류 관련 원소로, 중국이 수출을 규제하면 즉각 타격이 오는 소재입니다. 이 프로젝트로 확보 가능한 세계 갈륨 생산량은 최대 10%에 불과하지만, 그 자체가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분쟁 이후 희토류 수입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이후 호주의 라이나스(Lynas Rare Earths)와 베트남 매장지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인수를 거론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린란드 지하에 묻힌 희토류와 핵심 광물을 겨냥한 행보로 읽힙니다. 저는 이 흐름을 보면서 자원 안보가 더 이상 에너지 대기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진입타이밍: 주가가 꺾일 때가 오히려 기회인 이유
희토류 관련 주식에 투자를 고민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뉴스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 뛰어드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MP 머티리얼즈의 경우 미국 IB에서 목표주가 112달러를 제시하며 화제가 됐던 시점에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이 됐고, 이후 주가가 70달러 초반으로 조정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스토리가 가장 뜨거울 때 따라 들어가면 물릴 수 있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일시 확대하면 MP 머티리얼즈를 비롯한 서방 희토류 기업의 주가는 다시 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가 오히려 밸류에이션으로 접근할 찬스라고 봅니다. 미국과 서방 진영의 희토류 자립화 의지는 외교 합의 따위로 꺾이지 않습니다. 반도체 규제에도 중국이 반도체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라는 개념도 이 투자 논리에 중요합니다. 수직 계열화란 채굴→정제→자석 제조까지 한 기업이 단계별 공정을 모두 내재화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MP 머티리얼즈는 현재 채굴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텍사스 정제 공장과 2028년 완공 예정 자석 제조 설비를 통해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완성될수록 중국 의존도가 줄고 마진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산업 규모(60억 달러)가 작아 변동성은 크지만, 2030년을 바라보고 포트폴리오의 한 갈래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S&P 500 편입 가능성과 정부 주도 제네시스 프로젝트 우선 과제 선정 여부 등 추가 재료도 남아 있어 눈여겨볼 만한 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희토류가 그렇게 중요하면 왜 시장 규모는 60억 달러밖에 안 되나요?
A. 희토류는 제품 1개에 들어가는 양이 극소량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한 대에 0.32g, 전기차 모터에도 킬로그램 단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미량이 없으면 제품 자체가 구동되지 않으니, 인체의 비타민이나 아킬레스건처럼 몸집은 작아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시장 규모가 작다고 전략적 중요성이 낮은 건 아닙니다.
Q. 미국이 희토류 자립하는 데 실제로 얼마나 걸리나요?
A.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광산 개발에 8~10년, 정제 시설 구축에만 5년이 소요됩니다. 지금 당장 착수해도 완전한 자립은 2030년대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사이 중국은 이 시간 차를 지정학적 협상 카드로 계속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MP 머티리얼즈 말고 다른 희토류 기업에 투자할 수는 없나요?
A. 호주의 라이나스(Lynas Rare Earths)가 대표적인 대안이지만 호주 증시에 상장돼 있어 국내 개인 투자자가 직접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주식 계좌로 투자 가능한 글로벌 희토류 기업 중 밸류에이션이 어느 정도 나오면서 정부 지원 구조까지 갖춘 곳은 현재로서는 MP 머티리얼즈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Q. 미·중이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 희토류 주식은 어떻게 되나요?
A.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늘려주는 조건이 포함될 경우 희토류 기업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자립화 투자는 외교 합의와 별개로 계속됩니다. 오히려 그 조정 구간이 장기 투자자에게는 더 좋은 가격에 진입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희토류는 시장이 작아서 오히려 위험합니다. 작기 때문에 관심이 몰릴 때 주가가 급등하고, 뉴스가 잦아들면 급락합니다. 하지만 그 변동성과 별개로 구조적 흐름은 명확합니다. 미국은 반드시 희토류 공급망을 자립화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MP 머티리얼즈 같은 기업에 천문학적인 정부 자금이 계속 투입될 것입니다. 저는 이걸 단기 테마가 아닌 2030년까지 가져갈 장기 구조 변화로 봅니다.
인생을 걸 종목은 아닙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한 갈래로, 미·중 협상 타결 국면처럼 단기 악재로 주가가 눌릴 때마다 분할로 담아간다면 2030년 즈음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합니다. 분산과 분할, 그리고 시간을 믿는 것이 희토류 투자의 핵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