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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카바(CAVA)의 동일매장 매출은 +9.7% 성장했고, 같은 기간 스위트그린(Sweetgreen)은 -12.8% 역성장했습니다. 두 회사가 같은 '건강식'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이렇게까지 엇갈린 이유가 뭔지, 저도 처음 수치를 보고 나서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양상추 기생충 리콜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 헬시 패스트 캐주얼 시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양상추 기생충 사태, 정확히 무슨 일인가
이번 리콜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 cayetanensis)입니다. 사이클로스포라란 오염된 농산물을 통해 인체에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주된 증상은 심한 수양성 설사와 복통이며 면역 취약자에게는 장기화될 수 있는 감염증입니다. 쉽게 말해 한 번 걸리면 2~6주까지 증상이 이어지는 꽤 골치 아픈 녀석입니다.
FDA의 역학 조사 결과는 테일러 팜스(Taylor Farms)가 멕시코 중부에서 공급한 아이스버그 양상추를 중심으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타코벨은 해당 양상추를 매장에서 즉각 제거했고, 월마트에서 판매되던 마켓 사이드(Market Side) 아이스버그 샐러드 제품군도 리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다만 FDA가 제품 검사에서 기생충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위양성(False Positive)'이었다고 번복한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위양성이란 실제로는 음성임에도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잘못 나오는 오류를 말하는데, 이 번복으로 인해 리콜의 과학적 근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FDA는 환자들의 식사 기록과 유통 경로 추적 결과가 여전히 테일러 팜스의 아이스버그 양상추를 가리킨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FDA 공식 사이트). 따라서 FDA의 현행 소비자 권고는 "샐러드 전체를 먹지 말라"가 아니라 "리콜된 특정 제품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공포는 넓게 퍼졌지만 실제 위험의 범위는 특정 공급망에 한정돼 있다는 점, 이걸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카바(CAVA) vs 스위트그린(Sweetgreen), 실적이 이렇게까지 갈렸다
두 회사의 2025년 1분기 성적표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업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수치를 정리해보니 격차가 상당했습니다.
카바의 1분기 실적은 동일매장 매출 성장률(Same-Store Sales Growth) +9.7%, 고객 수 증가율 +6.8%, 매장 단위 이익률(Restaurant-Level Profit Margin) 25.1%를 기록했습니다. 동일매장 매출 성장률이란 신규 매장 효과를 제외하고 기존 매장에서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브랜드 실질 경쟁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숫자가 +9.7%라는 건 손님도 늘고 단가도 받쳐준다는 뜻입니다.
반면 스위트그린은 같은 기간 동일매장 매출 -12.8%, 고객 수 -11.2%, 매장 단위 이익률은 전년도 17.9%에서 9~10%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물론 스위트그린은 로봇 주방 사업 '스파이스(Spyce)' 매각으로 1억 6,600만 달러의 일회성 이익을 인식해 분기 순이익 자체는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본업의 영업 손실은 2,850만 달러에서 3,430만 달러로 오히려 커졌습니다. 장부를 예쁘게 포장했지만 실제 가게 사업은 더 나빠진 셈입니다.
카바의 성장 비결로 월가가 특히 주목하는 건 가격 절제입니다. 지난 7년간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카바의 메뉴 가격 인상폭은 그 절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소비자 물가지수(CPI)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변화를 측정하는 경제 지표로, 흔히 물가 상승의 기준선으로 활용됩니다. 카바는 이 기준선 아래에서 가격을 유지하며 저소득층 고객까지 흡수했습니다. "이 돈이면 한 끼값을 한다"는 인정, 그게 카바가 쌓아온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 카바 1Q: 동일매장 매출 +9.7%, 고객 수 +6.8%, 매장 단위 이익률 25.1%
- 스위트그린 1Q: 동일매장 매출 -12.8%, 고객 수 -11.2%, 매장 단위 이익률 9~10%
- 스위트그린 순이익 흑자 전환은 스파이스 매각 1회성 이익 덕분, 본업 손실은 확대
- 카바 가격 인상폭은 최근 7년간 CPI 상승분의 절반 수준
헬시 패스트 캐주얼(Healthy Fast Casual), 샐러드만으로는 안 된다는 시장의 답
제가 주문해봤을 때 기준으로 샐러드 전문점에서 단백질 토핑까지 추가하면 뉴욕 기준 한 그릇에 20달러 안팎이 쉽게 나옵니다. 우리 돈으로 약 2만 7천 원입니다. 그 가격을 내고 두 시간 뒤에 허기가 오면 솔직히 배신감이 옵니다. 이게 단순히 제 경험만이 아니라는 게 이번 실적 수치로 증명됐습니다.
헬시 패스트 캐주얼(Healthy Fast Casual)이란 패스트푸드 수준의 조리 속도와 접근성을 유지하면서 건강식 메뉴를 제공하는 외식 업태를 말합니다. 치폴레(Chipotle)가 이 업태의 포문을 열었고 카바와 스위트그린, 그리고 이번에 직접 가 본 알팔파(Alfalfa)가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알팔파는 뉴저지 호보켄 파머스 마켓 텐트에서 시작해 지금은 뉴저지 5곳, LA 2곳, 총 7개 매장을 운영하는 비상장 브랜드입니다. 2022년 시드 투자 200만 달러를 받았고, 2023년에는 코첼라(Coachella) 공식 푸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근데 최근 위 브랜드들의 메뉴판이 달라졌습니다. '건강식 음식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데, 메뉴판에는 누텔라 바이트, 글루텐 프리 도넛, 브리또가 나란히 올라와 있었습니다. 대표 메뉴인 웨스트 코스트(West Coast) 샐러드는 아보카도, 딸기, 염소 치즈, 아몬드, 발사믹이 들어간 LA 감성 메뉴이고, 팜 스탠드 플레이트(Farm Stand Plate)에는 스테이크와 닭고기, 쌀까지 있습니다. 근데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제가 보기엔 이건 건강식과 포만감 사이에서 타협을 선택한 메뉴 구성이었고, 실제로 버팔로 가디스 샐러드를 먹어보니 핵심은 고구마였습니다. 드레싱보다 고구마의 포만감이 이 한 그릇을 구원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카바가 지중해식 볼(Bowl)과 피타를 함께 내놓고, 스위트그린이 뒤늦게 랩을 출시하며 닭고기와 두부 비중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잘되는 회사는 '건강식=샐러드'라는 등식부터 버렸습니다(출처: CDC 식품 안전 정보).
공급망 투명성이 이제 마케팅이자 주가 재료가 됐다
이번 기생충 사태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양상추 브랜드들이 앞다퉈 "우리는 해당 없다"고 공개 선언하고 나선 것입니다. 공급망(Supply Chain)이 마케팅 문구가 된 순간입니다. 공급망이란 원재료 산지에서 최종 소비자 식탁까지 이어지는 전체 유통·생산 경로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단순한 물류 개념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기생충 사태가 터진 날 카바와 스위트그린 두 회사의 주가는 동반 하락했습니다. 직접 연루됐느냐와 무관하게 '생채소 관련 외식주'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압박을 받은 겁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체력은 이미 달랐습니다. 손님이 늘던 카바와 손님이 11% 넘게 빠지던 스위트그린이 같은 뉴스 앞에 서 있었던 겁니다. 외부 충격은 동일했지만 충격을 버티는 기초 체력이 달랐습니다.
야근하면서 샐러드를 먹는 제 주변 회사 동기들도 헬시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를 고를 때 '어디서 재료를 가져왔는가'를 따지는 소비자는 사실 많지 않았습니다. 그냥 맛있고 건강해 보이면 됐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리콜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어떤 산지의 채소를, 어떤 경로로 받아오는지가 이제 소비자 선택과 투자자 밸류에이션(Valuation)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내재 가치를 평가해 적정 주가 수준을 산정하는 방법론으로, 성장성과 리스크 요인이 함께 반영됩니다. 공급망 리스크가 재무 리스크로 직결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지난달 문을 연 알팔파 버겐 카운티 1호점이 개업 한 달 만에 자기 주력 상품이 미국 식품 안전 뉴스의 한복판에 놓이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것처럼, 아무리 좋은 위치에 좋은 감성으로 가게를 열어도 공급망 안전성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외식 기업이라면 어느 산지에서, 어떤 경로로, 어떻게 검증된 식재료를 쓰는지를 당연하게 공개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번 양상추 기생충 리콜, 모든 샐러드가 위험한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FDA의 현행 권고는 테일러 팜스 공급 아이스버그 양상추를 사용한 특정 리콜 제품에 한정됩니다. 사이클로스포라 감염 경로가 해당 공급망으로 좁혀진 것이지, 모든 샐러드나 채소가 위험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리콜 제품 목록을 확인하고 해당 제품만 피하면 됩니다.
Q. 카바가 스위트그린보다 잘 되는 이유가 단순히 메뉴 차이 때문인가요?
A. 메뉴 구성이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카바는 가격 인상을 CPI 상승분의 절반 수준으로 억제한 것이 핵심입니다. 신규 매장 확장 속도, 입지 전략, 브랜드 인지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저소득층 고객까지 흡수할 만큼 가성비를 확보한 것이 고물가 시대에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Q. 스위트그린이 1분기에 순이익을 냈다고 하던데 실적이 좋아진 건가요?
A. 순이익 흑자는 로봇 주방 사업 스파이스 매각으로 발생한 1억 6,600만 달러의 일회성 이익 덕분입니다. 본업인 레스토랑 운영의 영업 손실은 오히려 2,850만 달러에서 3,430만 달러로 커졌습니다. 장부상 숫자와 실제 사업 체력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Q. 알팔파 같은 신생 헬시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가 성공할 가능성은 있나요?
A. 2022년 시드 투자 200만 달러, 코첼라 공식 푸드 라인업 진입, 7개 매장까지 빠른 확장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다만 뉴저지와 LA라는 전혀 다른 시장에서 동시에 브랜드를 증명해야 하고, 이번 기생충 사태처럼 공급망 리스크가 외식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환경에서는 공급망 투명성 확보가 성장의 전제 조건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번 기생충 사태는 이미 진행 중이던 헬시 패스트 캐주얼 시장의 구조적 갈림길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한 끼 값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위기 전부터 손님에게 증명한 브랜드와 그러지 못한 브랜드의 차이가 주가와 실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샐러드 자체의 위기라기보다 '샐러드면 당연히 건강하고 당연히 비쌀 수 있다'는 공식이 무너지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앞으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단백질과 곡물로 포만감을 확보하고, 가격 인상을 절제하며, 공급망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헬시 패스트 캐주얼 시장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카바와 스위트그린의 다음 분기 동일매장 매출 성장률을 나란히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숫자가 이 시장의 방향을 가장 솔직하게 말해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