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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분기 기준, 워런 버핏·드러켄밀러·빌애크먼 등 월가 대형 기관 대다수가 종목 수와 자산 규모를 동시에 늘렸습니다. 제가 이번 13F 공시를 직접 뜯어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AI 거품론이 그렇게 요란한데, 정작 큰돈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구나."

거장 포트폴리오: 버핏·드러켄밀러·빌애크먼이 공통으로 담은 것
일반적으로 월가 거물들은 서로 다른 철학과 스타일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공시를 실제로 비교해 보니, 세 기관의 픽이 놀랍도록 겹쳤습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알파벳(구글 모회사) A주와 C주를 3분기 연속 불타기했고, 두 클래스를 합산하면 포트폴리오 비중 3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최초 매수 금액 60억 달러에서 시작해 160억, 360억 달러로 누적 매수한 수치는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강한 확신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불타기란, 이미 보유 중인 종목에 추가로 매수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평균 단가를 높이더라도 비중을 키우는 전략입니다. 하락 시 평균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와 반대 개념이죠.
드러켄밀러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빅테크에서 알파벳과 아마존을 새로 담았고, 반도체에서는 TSMC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를 포트폴리오 상위권에 배치했습니다. 총 종목 수를 70개에서 95개 가까이 늘린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시장 전반에 대한 낙관적 시각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빌애크먼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를 포함한 빅테크 비중을 유지하면서 버거킹 모회사인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 같은 경기소비재까지 추가했습니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외식 프랜차이즈를 사지는 않겠죠.
- 버핏: 알파벳 3분기 연속 불타기, 델타항공·메이시스 등 경기민감주 소규모 신규 매수
- 드러켄밀러: 알파벳·아마존 신규 편입, TSMC·STM 반도체 상위권 배치, 유나이티드항공 추가
- 빌애크먼: 마소·메타 조정 유지, 비자·마스터카드·넷플릭스·ICE 신규 편입, 레스토랑 브랜즈 확대
- 공통 교집합: 빅테크(클라우드 중심) 긍정 + 경기소비재 추가 = 경기 침체 시나리오 배팅 않음
흥미로운 점은 드러켄밀러와 '월가 천재'로 불리는 레오폴드가 반도체 픽으로 정확히 TSMC와 STM 두 종목을 겹쳐 골랐다는 사실입니다. 대만 반도체 1위와 유럽 반도체 1위를 동시에 타깃으로 삼은 우연의 일치는, 제가 보기엔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인프라 수요가 특정 공급망에 집중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출처: SEC EDGAR 13F 공시 데이터베이스
빅테크 집중: 클라우드·AI 인프라에 자본이 몰리는 이유
빅테크 위기론은 꾸준히 나옵니다. AI 인프라 투자 과잉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이며, 치킨 게임 끝에 수익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저도 이 시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 공시 데이터를 보면서 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버핏이 알파벳을 3연속 매수한 것과 드러켄밀러가 알파벳·아마존을 동시에 편입한 것에는 공통된 구조가 있습니다. 두 종목 모두 클라우드 3강(AWS, Google Cloud, Azure)에 속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기업들이 자체 서버 대신 인터넷을 통해 컴퓨팅 자원을 빌려 쓰는 인프라로, AI 연산 수요가 늘수록 직접 수혜를 받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아마존 AWS와 구글 클라우드는 최근 수 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입니다.
드러켄밀러가 TSMC와 STM을 상위권에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TSMC는 엔비디아 GPU를 포함한 AI 가속기 칩의 핵심 위탁생산 파운드리입니다. 파운드리란 자체 반도체 설계 없이 타사 설계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제조 전문 업체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AI 붐의 최종 수혜 공장인 셈입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유럽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산업용·자동차용 반도체 비중이 높아 AI 외 실물 경기 회복 기대도 포함된 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13F 공시를 분기마다 추적해 보면서 느낀 것은, 거장들이 AI 인프라 사이클의 피크아웃을 우려했다면 2분기에 이 종목들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초단기 매매를 하는 트레이더가 아닙니다. 6개월, 1년 이상을 보고 들어가는 자본이 이 방향에 집중됐다는 사실은 제게 꽤 강한 참고 지표가 되었습니다. 출처: Alphabet(Google) 2025년 2분기 투자자 정보
레버리지 리스크: 방향을 맞추고도 청산당하는 이유
13F 공시를 보면서 가장 무겁게 남은 사례가 있습니다. '월가 천재'로 불리던 레오폴드입니다. 그는 6월 말 기준으로 메모리(샌디스크, 마이크론)에 포트폴리오의 약 50%를 집중 배분하고, 여기에 4배 레버리지를 얹었습니다. 레버리지란 자기 자본보다 더 큰 금액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이 날 때는 수익률이 배로 커지지만 손실이 날 때는 원금 이상이 사라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방향성은 맞았습니다. 메모리와 데이터 센터, AI 인프라 종목들은 그가 담은 대로 이후 회복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7월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마진 콜)을 당했습니다. 마진 콜이란 레버리지 투자에서 담보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 증권사가 강제로 포지션을 청산시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연초 대비 수익률은 여전히 두 배였지만, 고점 대비로는 70%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0억 달러 규모의 포트폴리오가 100억 달러로 반토막 난 것입니다.
솔직히 이 사례는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을겁니다. '아무리 거장이라도 레버리지 앞에선 다르다'는 걸 수치로 확인한 셈이었으니까요. 제가 13F 공시 추적을 하면서 얻은 가장 실질적인 교훈이 바로 이것입니다. 공시에는 레버리지 규모와 헤지 여부가 나오지 않습니다. 즉 13F는 '무엇을 샀는가'는 알려주지만, '얼마나 리스크를 졌는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거장의 픽을 참고하더라도 자금 관리와 타이밍 판단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입니다.
또한 13F 공시는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제출되는 지연 공시입니다. 즉 6월 말 데이터가 8월 중순에야 공개됩니다. 이 시차 동안 시장은 이미 움직입니다. 공시를 보고 무조건 따라 사는 복사 매수(Copy Trading) 전략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공시를 매매 신호가 아니라 거시 방향성을 검증하는 도구로 쓰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3F 공시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EDGAR 시스템에서 무료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운용 자산 1억 달러 이상의 기관 투자자는 의무적으로 매 분기 제출해야 하므로 주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의 보유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분기 종료 후 최대 45일 이내에 제출되기 때문에 시차가 존재합니다.
Q. 워런 버핏이 알파벳을 계속 사는 이유가 뭔가요?
A. 공식 발언은 없지만 공시 흐름으로 추론하면, 구글 클라우드의 성장성과 AI 투자 대비 수익화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버핏은 경제적 해자(독점적 경쟁 우위)가 있는 기업에만 장기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알파벳의 검색 광고·클라우드 구조가 그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가능성이 높습니다.
Q. 13F 공시만 보고 투자해도 될까요?
A. 이건 솔직히 권하기 어렵습니다. 45일 시차 지연 문제, 레버리지·숏 포지션 미반영, 기관과 개인의 자금 규모 차이 등 한계가 명확합니다. 거장들의 픽을 본인의 기업 분석과 자금 운용 기간에 맞춰 대조해 보는 참고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Q. 드러켄밀러가 항공주를 산 게 무슨 의미인가요?
A. 항공주는 유가와 소비 심리에 민감한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입니다. 드러켄밀러가 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을 담은 것은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버핏도 같은 시기에 델타항공을 소규모 신규 매수했다는 점에서 두 거장이 경기 방향성을 비슷하게 판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스페이스X 상장이 기관 포트폴리오에 미친 영향은 뭔가요?
A. 스페이스X 상장으로 이전에 비상장 주식으로 공시에 잡히지 않던 지분 가치가 처음으로 평가액에 반영됐습니다. 특히 알파벳은 약 9억 달러 투자가 100배 가까운 평가 이익으로 돌아오면서 포트폴리오 규모가 크게 뛰었습니다. 엔비디아도 사전 지분 투자 덕분에 투자 기관으로서의 위상이 함께 올라갔습니다.
결론
이번 2분기 13F 공시에서 제가 얻은 핵심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월가의 대형 자본은 AI 거품론과 경기 침체론에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버핏·드러켄밀러·빌애크먼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같은 방향, 즉 빅테크·AI 인프라·경기소비재를 함께 담았다는 사실은 흘려들을 신호가 아닙니다.
다만 레오폴드의 사례가 분명히 보여주듯, 방향이 맞아도 레버리지와 자금 관리가 빠지면 치명적입니다. 13F는 강력한 참고 자료이지만, 그 자체가 매매 신호는 아닙니다. 다음 3분기 공시가 나오는 시점에 이 방향성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다음 단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