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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26년 6월, 알파벳이 8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발행하겠다는 공시를 냈을 때, 제 첫 반응은 "이 회사가 왜 주식을 파나?"였습니다. 영업 현금 흐름이 1,647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가 외부 자금을 끌어와야 할 만큼 투자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 자리에 버크셔 해서웨이가 100억 달러를 들고 앉아 있다는 사실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글은 그 공시한 줄에서 시작된 질문들을 파헤친 기록입니다.

 

영업 현금 흐름을 넘어선 CapEx 사이클,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세계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기업이 주식을 팔아야 했을까요. 알파벳의 2026년 설비 투자 계획은 최대 1,900억 달러입니다. 연간 영업 현금 흐름인 1,647억 달러를 훌쩍 넘습니다. 여기서 CapEx(Capital Expenditure)란 기업이 미래 수익을 위해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크 인프라 등 물리적 자산에 집행하는 설비 투자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뒤의 시장 지배력을 지금 돈으로 선점하는 행위입니다.

제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공시를 추적해 온 경험상, 과거에 이런 공시가 나오면 시장은 거의 예외 없이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단기 악재로 받아들였습니다. 주가가 폭락하고, 애널리스트들이 목표 주가를 낮추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 딜에 100억 달러를 들고 직접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버크셔의 이번 투자는 누적 보유액 기준 약 266억 달러로, 9개월 만에 버크셔의 주요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워런 버핏이 평생 "이해할 수 없는 기술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단순한 포트폴리오 추가가 아닙니다. 버핏의 후계자 그레그 아벨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알파벳이 광고, 클라우드, 유튜브, 자율주행, AI 연구소를 하나의 주가에 묶어 팔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모든 사업에 AI가 붙고 있다는 사실이었을 겁니다. 자본 배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현장에서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의 역설, 구글은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가

알파벳을 단순히 '구글 검색 회사'라고 부르는 시각, 정말 맞는 걸까요. 알파벳 안에는 완전히 결이 다른 사업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알파벳의 핵심 사업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글 검색: 2025년 매출 2,245억 달러, 전체 매출의 56%,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 90%
  • 유튜브: 광고·구독 합산 매출 600억 달러, 구독자 3억 2,500만 명
  • 구글 클라우드: 연간 매출 런레이트 700억 달러, 2026년 1분기 성장률 63%
  • 웨이모: 기업 가치 1,260억 달러, 전 세계 자율주행 상업 운행 횟수 1위
  • 딥마인드: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 AI 연구소

이 다섯 개가 알파벳 주식 한 주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밸류에이션(Valuation), 즉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를 보면 이상한 그림이 나옵니다. 여기서 선행 PER(Price-to-Earnings Ratio)이란 현재 주가가 향후 예상 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알파벳의 현재 선행 PER은 약 26배인데, 유튜브보다 작고 성장률도 낮은 넷플릭스의 PER이 30배입니다. 구조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논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구조에서 가장 불편하게 보는 지점이 있습니다. AI 오버뷰 때문에 구글 검색의 클릭률이 절반 가까이 내려갔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가 6만 8천 건의 검색 쿼리를 분석한 결과, AI 오버뷰가 노출될 때 클릭률이 15%에서 8%로 떨어졌습니다(출처: Pew Research Center). 클릭이 줄면 기존 광고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바로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즉 제 살 깎아먹기입니다. 자사의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핵심 사업의 수익을 잠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구글이 AI 오버뷰를 밀수록 2,400억 달러짜리 클릭 기반 광고 모델이 흔들리는 역설입니다. 구글의 해법은 AI 답변 안에 광고를 직접 심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인데, 이게 실제로 작동할지는 앞으로 몇 분기의 광고 매출 추이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제미나이의 성장은 인상적입니다. 1년 전 AI 챗봇 시장 점유율 5.4%에 불과했던 제미나이가 현재 최대 21%까지 올라왔습니다. 같은 기간 챗GPT는 87%에서 64%로 내려왔습니다. 월 20억 명이 AI 오버뷰를 통해 제미나이를 접하고 있다는 수치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밸류에이션 저평가 논리가 통하려면, 이 세 가지를 봐야 합니다

알파벳이 저평가됐다는 논리를 믿고 들어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목표 주가가 약 430달러(6월 4일 종가 369달러 대비 약 16% 상승 여력)라는 숫자만 보고 판단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광고 기술 독점 소송입니다. 2025년 4월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광고주 측과 매체사 측을 동시에 장악해 독점을 유지했다는 별도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이 소송이 검색 독점 소송보다 더 직접적인 위협인 이유는, 구글의 수직 계열화된 광고 기술 스택 자체를 해체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광고 기술 스택(Ad Tech Stack)이란 광고주가 광고를 구매하고, 매체사가 광고를 판매하며, 그 중간에서 실시간 경매가 이루어지는 전체 인프라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구조가 분리되면 구글의 수익 모델 자체가 바뀝니다(출처: U.S. Department of Justice).

제 경험상 이런 독점 소송은 최종 판결까지 몇 년이 걸리고, 그 사이 주가는 불확실성을 반영해 횡보하거나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월가가 이 소송을 대체로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광고 기술 소송만큼은 단순한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저평가 논리만을 믿고 안심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구글 클라우드의 63% 성장률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입니다. 빅테크 클라우드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인 건 맞습니다만, 이 수치가 앞으로도 유지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세 번째는 AI 오버뷰의 광고 전환 성공 여부입니다. 클릭 기반에서 답변 기반으로 광고 형태를 바꾸는 실험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지, 다음 분기 실적이 사실상 검증의 장이 됩니다.

알파벳이 보여주는 모순은 선명합니다. AI가 인터넷을 파괴하고 있는데, 그 AI가 구글입니다. 법무부가 두 번 독점이라고 불렀는데, 버크셔가 15조 원을 넣었습니다. 영업 현금 흐름을 초과하는 공격적인 투자가 장기적인 해자를 만드는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 해자가 사법적 리스크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혼란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알파벳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버크셔의 베팅을 확신의 근거가 아니라 '감내할 리스크'의 크기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하에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YFVnFUZ6X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