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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한동안 기업 실적 뉴스에서 '순이익'만 봤습니다. 아마존이 전년 대비 77% 폭증했다는 헤드라인을 보며 본업이 터진 줄 알았죠. 그런데 그 이익의 절반 이상이 실제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번 돈이 아니었습니다. 장부에 숫자 하나를 다시 적어서 생긴 이익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 제가 한동안 얼마나 주식을 대충 공부하고 있었는지 깨닫고 부끄러워졌습니다.

 

순이익 뒤에 숨은 평가이익의 실체

2024년 1분기 아마존의 세전 이익 가운데 168억 달러는 앤트로픽 지분에서 나왔습니다. 아마존은 2023년부터 앤트로픽에 총 80억 달러를 투자했고,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장부상 지분 가치가 742억 달러까지 불어났습니다. 12조 원을 넣었더니 111조 원이 된 셈이죠.

여기서 핵심 개념이 바로 평가이익(Mark-to-Market Gain)입니다. 평가이익이란 보유 자산을 실제로 매각하지 않았더라도, 그 시장 가치가 오른 만큼을 이익으로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미국 회계 기준(US GAAP)이 허용하는 합법적인 방식이지만, 현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은 '숫자상의 이익'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출처: FASB(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

제가 처음 이 구조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이게 진짜 이익 맞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불법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도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 이익이 언제든 손실로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2022년 아마존은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리비안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할 때는 아마존의 장부에 120억 달러 평가이익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분기에 리비안 주가가 반토막 나자 76억 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그 분기 본업인 영업이익은 37억 달러 흑자였는데, 리비안 지분 손실 하나 때문에 회사 전체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일반적으로 적자 기업은 본업이 무너진 기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사례는 그 상식이 얼마나 위험한 가정인지를 보여줍니다. 본업은 멀쩡한데 지분 평가손실 하나로 적자가 되는 구조, 반대로 본업과 무관하게 지분 평가이익으로 실적이 빛나 보이는 구조. 투자자에게 이 두 상황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 평가이익(Mark-to-Market Gain): 자산을 팔지 않고도 가치 상승분을 이익으로 기록 — 현금 유입 없음
  • 평가손실의 역습: 리비안 사례처럼 주가 하락 한 번에 본업과 무관하게 분기 적자 전환 가능
  • 앤트로픽 순환 구조: 아마존 투자금 → 앤트로픽이 AWS·트레이니엄 구매 → 아마존 매출 증가 → 앤트로픽 몸값 상승 → 아마존 지분 평가이익 재발생
  • 투자자 점검 포인트: 순이익 헤드라인보다 영업이익과 평가이익 분리 여부를 먼저 확인
요약: 아마존 1분기 순이익의 절반 이상은 앤트로픽 지분 평가이익으로, 현금이 수반되지 않은 장부상 수치이며 언제든 손실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AWS 성장률과 투자자가 봐야 할 핵심 KPI

아마존의 진짜 체력이 드러나는 곳은 AWS(Amazon Web Services), 즉 클라우드 사업입니다. AWS는 2026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8%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15분기 만에 가장 빠른 성장 속도였고, 영업이익만 142억 달러를 냈습니다. 이건 지분 평가이익과 달리, 기업들이 실제로 서버와 데이터를 빌리고 돈을 낸 결과입니다(출처: Amazon Investor Relations).

저는 투자를 시작하고 한동안 AWS를 '아마존이 운영하는 서버 임대업' 정도로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클라우드 서비스를 써보고 나서야 이 사업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체감했습니다. 한번 인프라를 AWS 위에 올리면 다른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비용과 시간이 상당합니다. 이걸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라고 합니다. 전환 비용이란 기존 서비스를 떠나 경쟁사로 옮길 때 발생하는 금전적·시간적·기술적 비용을 뜻하며, 이 비용이 높을수록 기존 고객이 이탈하기 어렵습니다. 넷플릭스, 수많은 스타트업, 심지어 경쟁 기업들도 AWS 위에서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존 실적에서 AWS의 건강함을 가늠할 때 순이익이나 영업이익 외에 어떤 지표를 봐야 할까요? 제 경험상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연 수익(Deferred Revenue)입니다. 이연 수익이란 고객이 이미 계약하고 선결제했지만 아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장부에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은 금액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이미 받아놓은 미래 매출'입니다. 이 숫자가 크고 증가 추세라면 AWS에 대한 기업들의 장기 의존도가 높다는 신호입니다.

두 번째로 볼 지표는 잔여 이행 의무(RPO,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입니다. RPO란 고객과 이미 계약했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은 서비스 잔액 전체를 말합니다. 이연 수익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향후 몇 년치 매출 파이프라인을 미리 보여줍니다. 아마존이 분기 실적 발표 때 이 수치가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한다면 AWS 본업은 건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 추이입니다. 매출이 늘더라도 데이터센터 투자와 인건비가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 수익성이 훼손됩니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영업이익률이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직접 AWS 실적을 분기별로 추적해 보니 이 이익률 방어 능력이 경쟁사 대비 아마존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이었습니다. 이 세 지표, 즉 이연 수익·RPO·영업이익률을 함께 보면 앤트로픽 평가이익을 걷어낸 뒤 아마존의 진짜 체력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훨씬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요약: AWS의 건강함을 판단하려면 순이익 대신 이연 수익·RPO·영업이익률 세 가지 핵심 KPI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마존 순이익이 77% 올랐다는데, 그냥 좋은 거 아닌가요?

A. 일반적으로 순이익 급증은 본업 호조를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경우는 다릅니다. 이익의 절반 이상이 앤트로픽 지분 평가이익으로, 현금 유입이 없는 장부상 수치입니다. 앤트로픽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금액이 손실로 뒤집힐 수 있으므로, 영업이익과 평가이익을 반드시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Q. 평가이익이 불법은 아닌데 왜 문제가 되나요?

A. 불법 여부가 아니라 변동성이 문제입니다. FASB 기준상 완전히 합법적이지만, 지분 가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급격히 등락합니다. 리비안 사례처럼 본업이 흑자여도 평가손실 하나로 분기 적자가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본업이 부진해도 평가이익으로 실적이 좋아 보일 수 있어 투자 판단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Q. AWS 성장률 말고 꼭 봐야 할 지표가 뭔가요?

A. 이연 수익(Deferred Revenue)과 잔여 이행 의무(RPO)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이연 수익은 이미 선결제된 미래 매출이고, RPO는 계약됐지만 미이행된 서비스 잔액 전체입니다. 두 수치가 꾸준히 증가한다면 AWS에 대한 기업들의 장기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로, 단순 성장률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선행 지표입니다.

 

Q. 아마존과 앤트로픽의 순환 투자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요?

A.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실제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AI 산업 전반의 투자 열기가 계속되는 동안은 순환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AI 시장 거품이 꺼지거나 앤트로픽 상장 몸값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지금의 평가이익이 대규모 평가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결론

아마존은 분명 세계 최강의 본업을 가진 회사입니다. AWS 영업이익 142억 달러, 28% 성장률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진짜 실력입니다. 그런데 그 위에 평가이익이라는 변동성 높은 레이어가 얹혀 있습니다. 이 두 층을 섞어서 '역대급 실적'이라는 한 줄로 읽으면, 저처럼 표면만 읽는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앞으로 빅테크 실적 기사를 볼 때는 헤드라인의 순이익 숫자보다, 그 안에 영업이익과 평가이익이 각각 얼마인지를 먼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아마존뿐 아니라 AI 스타트업 지분을 크게 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실적을 볼 때도 같은 시각이 유효합니다. 화려한 숫자 아래 본업의 건강함을 읽어내는 것, 그게 지금 시대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rBsji6D4f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