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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국인 매도에 두들겨 맞던 7월, 저는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시장을 떠난 게 아니라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DB하이텍 같은 밸류체인 종목을 오히려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로소 시야가 트였습니다. 대형주만 들고 있으면 안전하다는 믿음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그때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외국인 순매수가 가리킨 진짜 수혜주

이달 들어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약 7조 원, 삼성전자를 약 6조 7천억 원어치 순매도했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반도체 사이클이 끝난 것 아닌가 싶어 겁부터 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밤새 뒤척이며 '피크아웃이 온 건가' 자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LG이노텍(7852억 원), 한미반도체(3641억 원), DB하이텍(3009억 원), 리노공업(2442억 원)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한미반도체는 HBM4용 TC본더 수혜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핵심 부품입니다.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는 이 HBM을 반도체 패키지에 정밀하게 접합하는 장비를 말합니다. 2분기부터 HBM4용 TC본더 수주가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증권가는 올해 한미반도체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382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DB하이텍은 조금 다른 각도의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입니다. AI 서버 확산으로 전력관리칩, 즉 PMIC(Power Management I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PMIC란 서버나 모바일 기기 안에서 각 부품에 적절한 전압과 전류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반도체입니다. AI 서버 한 대에는 수십 개의 PMIC가 들어가는 만큼,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수록 수요도 정비례해서 증가합니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8인치 라인을 줄이고 12인치 첨단 공정에 집중하는 사이,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 공급 부족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3752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외국인 순매수 흐름에서 저는 단순한 순환매 이상의 신호를 읽었습니다. 핵심 수혜 종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미반도체: HBM4용 TC본더 독점 수혜, 로직·낸드·기판으로 장비 시장 확대
  • DB하이텍: AI 서버용 PMIC 공급 부족 수혜, SiC·GaN 차세대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성장
  • 리노공업: AI 반도체 성능 검증용 테스트소켓 수요 확대, 4분기 신공장 이전으로 생산능력 2~3배 확충
  • LG이노텍: AI 서버용 FC-BGA 기판 증설 본격화, 2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약 22배 증가 전망

피크아웃 공포보다 더 중요한 CAPEX 숫자

피크아웃이라는 단어가 시장에 퍼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편입니다. 피크아웃(Peak-out)이란 특정 지표나 실적이 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하지만 지금 메모리 반도체 주가 조정은 업황의 피크아웃이라기보다 연초 이후 너무 빠르게 올라간 주가에 대한 기계적인 차익실현과 수급 재편에 가깝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TSMC는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높여 잡았습니다. 설비투자(CAPEX) 계획도 기존 560억 달러에서 최대 640억 달러로 확대했습니다(출처: TSMC 공식 IR). ASML 역시 AI 투자 확대를 근거로 연간 매출 전망을 430억~450억 유로로 상향 조정했습니다(출처: ASML 공식 투자자 정보). 세계 최대 파운드리와 반도체 장비 업체가 동시에 전망치를 올렸는데, AI 수요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시즌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표는 무엇일까요. 저는 단순한 매출이나 이익 숫자보다 CAPEX 증가율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CAPEX(Capital Expenditure)란 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설비, 인프라, 데이터센터 등에 투입하는 자본 지출을 의미합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CAPEX를 전년 대비 얼마나 늘리겠다고 발표하느냐가 AI 서버 수요의 지속성을 가늠하는 가장 직접적인 잣대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숫자는 단순한 가이던스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CAPEX 발표는 한미반도체, LG이노텍, 리노공업 같은 세부 밸류체인 종목들의 수주 파이프라인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2분기 리노공업의 비메모리 반도체 R&D 확대를 반영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679억 원에서 702억 원으로 상향 조정된 배경도 결국 이 흐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대형주 하나만 단단히 쥐고 있으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는 이번 조정장이 확실히 가르쳐 줬습니다. 무작정 대형주에만 의존하기보다 장비, 테스트소켓, 전력반도체, 기판 등 다양한 소부장 밸류체인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나눠두는 것이 수급 불균형의 파도를 버텨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돌아올 실적 시즌, 빅테크의 CAPEX 숫자가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 숫자를 냉정하게 읽고 움직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672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