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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무대 위에서 "다음 1조 달러 기업"이라고 한마디를 내뱉자, 그날 마벨 테크놀로지 주가는 하루 만에 32% 넘게 폭등했습니다. 솔직히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저도 순간 "이게 단순한 립서비스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데이터 센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회사가 왜 그런 평가를 받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GPU 성능 경쟁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전쟁, 바로 연결과 전력 효율의 싸움을 마벨 테크놀로지(MRVL)는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AI 인프라의 진짜 병목은 GPU가 아니었다

2020년 이후 빅테크들이 GPU를 쓸어담을 때, 저는 조금 다른 곳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서버가 늘어날수록 운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데, 그 주범이 GPU 자체가 아니라 GPU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였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하드웨어 성능보다 '인프라 효율'이 기업 수익성을 결정짓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GPU와 GPU 사이를 잇는 일반 통로는 PCIe(주변장치 연결 표준 규격)입니다. 여기서 PCIe란 스토리지, 이더넷 카드 등 여러 장치가 함께 쓰는 범용 버스로, 5세대 기준 대역폭이 초당 128GB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여러 장치가 나눠 쓰는 구조라 GPU 간 실제 가용 대역폭은 절반도 안 됩니다.

반면 엔비디아가 GPU 전용으로 만든 NVLink는 세대마다 대역폭이 두 배씩 뜁니다. 6세대 기준으로 GPU 한 개당 초당 3.6TB, PCIe 6세대보다 무려 14배나 빠른 수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NVLink는 서버 랙 안, 즉 가까운 거리의 GPU들을 묶는 '스케일업(Scale-Up)' 구간만 담당합니다. 스케일업이란 하나의 노드 안에서 처리 능력을 키우는 방식을 말합니다.

수백, 수천 대 서버를 건물 전체에서 연결하는 '스케일 아웃(Scale-Out)' 구간부터는 이더넷과 광통신 기술이 필요합니다. 스케일 아웃이란 노드를 수평으로 추가해 전체 처리 능력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이 구간에서 현재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 800G 광트랜시버이고, 2027년부터 1.6TB로 세대 교체가 본격화됩니다. 신호가 빨라질수록 구리 케이블의 손실과 왜곡이 커지기 때문에, 빛으로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광통신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물리 법칙이 강제하는 필연입니다.

결국 AI 인프라는 세 가지 연결 계층으로 구성됩니다.

  • 랙 안 GPU와 GPU를 잇는 초고속 전용 링크 — NVLink
  • 랙과 랙, 건물과 건물을 잇는 고속 이더넷 광통신 네트워크
  • 이 모든 것을 지연 없이 처리하는 스위치와 DSP(디지털 신호 처리) 반도체

어느 한 계층에서라도 병목이 생기면, 아무리 비싼 GPU를 사도 성능이 안 나옵니다. 실제로 수십억 원짜리 GPU 클러스터에서 GPU 활용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연결 기술 시장에서 30년간 조용히 실력을 쌓아온 회사가 마벨 테크놀로지입니다.

요약: AI 인프라의 병목은 GPU 성능이 아닌 GPU 간 연결 대역폭과 광통신 효율에 있으며, 마벨은 이 세 계층 모두를 다루는 핵심 기업입니다.

 

CPO와 엔비디아 파트너십, 마벨이 교량이 된 이유

2026년 3월, 엔비디아와 마벨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NV 퓨전 생태계 연결이었습니다. 마벨은 커스텀 XPU(확장 처리 장치,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맞춤형 칩)와 NV 퓨전 호환 네트워킹을 제공하고, 엔비디아는 NVLink 인터커넥트와 스펙트럼-X 스위치를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엔비디아는 이 파트너십과 함께 마벨에 20억 달러를 직접 투자했습니다.

왜 엔비디아가 경쟁 구도에 있을 수 있는 회사에 거액을 투자했을까요? 제 경험상 이런 투자에는 항상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미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GPU만 쓰지 않겠다는 전략이죠. 엔비디아가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커스텀 칩들이 자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가게 만들면 됩니다. 그 다리 역할을 하는 회사가 바로 마벨입니다.

여기서 CPO(코-패키지드 옵틱스)라는 기술이 등장합니다. CPO란 광학 엔진을 스위치 칩 바로 옆에 함께 패키징해 열 손실 구간 자체를 없애는 기술입니다. 기존 방식은 광 모듈을 별도 부품으로 꽂는 형태였는데, 신호 속도가 두 배씩 뛰면서 그 짧은 구리 배선에서도 상당한 전력이 열로 날아갑니다. CPO는 비트당 전력 소모를 기존 15피코줄에서 5피코줄 수준으로, 궁극적으로는 1피코줄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데이터 센터의 진짜 한계는 GPU 개수가 아니라 전력입니다. AI 랙 하나가 수백 kW를 소비하는 시대에, 구글이나 메타 같은 빅테크의 가장 큰 고민은 전기를 공급할 발전소가 부족하다는 현실입니다. CPO로 데이터 전송 전력을 줄이면, 아낀 전력을 AI 연산에 더 쓸 수 있습니다. 이건 있으면 좋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센터를 지을 수 있냐 없냐를 판가름하는 필수 기술이 되어버렸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마벨을 "커넥티비티의 스위스"라고 부르는 것도 이 맥락입니다. PCI, CXL, NVLink, 이더넷 등 모든 표준을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AI 시장에서 엔비디아 진영과 반(反)엔비디아 진영이 싸우더라도, 데이터는 반드시 연결돼야 하고 그 연결 칩을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마벨이라는 포지셔닝입니다(출처: Marvell Technology 공식 사이트).

요약: 마벨은 엔비디아 생태계와 하이퍼스케일러 커스텀 칩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CPO 기술로 데이터 센터 전력 문제까지 동시에 겨냥하고 있습니다.

 

포토닉 패브릭과 밸류에이션, 지금 살 수 있는 가격인가

커스텀 ASIC(주문형 반도체, 특정 고객사의 워크로드에 맞춰 설계한 맞춤형 반도체) 시장은 사실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이 구글, 메타, 오픈AI 등을 고객으로 전체 시장의 60~70%를 점유하는 압도적 1위이고, 마벨은 아마존의 트레이니엄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아 프로젝트를 확보하며 20~25%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커스텀 ASIC 설계 시장의 약 95%를 점유하는 구조입니다.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GPU 출하량 성장률은 16%인 반면 커스텀 AI 칩 출하량 성장률은 45%로, GPU보다 세 배 가까이 빠르게 크는 시장입니다(출처: TrendForce). JP모건은 2027년에는 커스텀 ASIC·XPU 비중이 53%로, GPU 47%를 처음으로 앞지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숫자들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엔비디아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제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데이터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브로드컴보다 마벨을 더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포토닉 패브릭(Photonic Fabric)입니다. 2025년 말 마벨은 광학 인터커넥트 스타트업 셀레스티얼 AI를 5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포토닉 패브릭이란 광신호를 칩 표면 어느 지점으로든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광학 다이 간 인터커넥트 기술로, 기존 CPO가 광학 엔진을 칩 가장자리에 가깝게 붙이는 방식이라면 한 단계 더 나아간 차세대 구조입니다. 일반 CPO 대비 대역폭은 최대 25배, 지연 시간은 10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메모리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AI 모델 학습의 병목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HBM이란 GPU 바로 옆에 물리적으로 붙여야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성능 메모리로, 용량을 무한정 늘릴 수 없어 '메모리 벽'이라 불립니다. 포토닉 패브릭은 메모리를 광학 인터커넥트로 GPU에서 분리해, 여러 개의 XPU가 최대 32TB 규모의 메모리 풀을 나노초 단위로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합니다. 이 기술에서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는 시점은 2028 회계연도, 연간 10억 달러 규모 도달은 2029년으로 마벨 스스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분명히 부담이 있습니다. 2026년 7월 초 기준 주가 250달러 수준에서 포워드 P/E는 40배를 넘습니다. 그러나 EV 대비 매출 배수로 보면 마벨이 7~8배 수준으로, 엔비디아 20배·브로드컴 17배와 비교해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마벨의 매출 성장 속도만큼 밸류에이션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8% 성장한 24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이 중 데이터 센터 부문이 76%를 차지합니다. 27년 매출 전망은 115억 달러(전년 대비 +40%), 28년 전망은 165억 달러(전년 대비 +45%)입니다. 다만 이 가이던스를 실제로 달성해야 성립하는 이야기라는 점, 소수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 의존도가 높다는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요약: 마벨은 커스텀 ASIC 2인자이지만 포토닉 패브릭으로 메모리 벽과 전력 문제를 동시에 공략하는 차세대 전략을 짜고 있으며, 밸류에이션은 성장 속도 대비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구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벨 테크놀로지는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회사인가요?

A. 직접 경쟁 관계는 아닙니다. 마벨은 엔비디아 GPU와 하이퍼스케일러의 커스텀 칩 사이를 잇는 연결 인프라를 담당합니다. 오히려 엔비디아가 마벨에 20억 달러를 직접 투자했을 정도로 협력 관계가 더 강합니다. 엔비디아 생태계가 커질수록 마벨의 역할도 함께 커지는 구조입니다.

 

Q. 브로드컴이 더 큰 회사인데 왜 마벨을 따로 보나요?

A.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단일 공급사 의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듀얼 벤더 전략을 씁니다. 브로드컴이 1위라도 마벨의 자리는 구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마벨은 광통신 DNA가 깊어 CPO와 포토닉 패브릭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Q. CPO 기술이 왜 지금 중요해진 건가요?

A. 데이터 센터의 실질적인 한계가 전력이 됐기 때문입니다. AI 랙 하나가 수백 kW를 소비하는 시대에,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새어 나가는 전력을 줄이는 것이 곧 AI 연산 능력을 늘리는 것과 같습니다. CPO는 광학 엔진을 칩 바로 옆에 붙여 손실 구간을 없애는 방식으로, 비트당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3분의 1 이하로 줄이는 기술입니다.

 

Q. 마벨 주식을 지금 사도 되는 밸류에이션인가요?

A. 포워드 P/E 40배 이상은 분명히 부담스러운 구간입니다. 다만 EV 대비 매출 배수로 보면 엔비디아·브로드컴 대비 낮은 편이어서 성장 속도 대비 밸류에이션이 덜 반영된 측면도 있습니다. 27~28년 가이던스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대형 고객사가 이탈할 경우 조정 폭이 클 수 있어, 분할 매수나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AI 인프라 전쟁에서 다들 GPU 성능 경쟁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때, 제 경험상 진짜 승부는 항상 덜 화려한 곳에서 갈렸습니다. 마벨 테크놀로지는 엔비디아와 싸우는 회사가 아니라 그 생태계의 없어서는 안 될 고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커스텀 ASIC 설계부터 광통신 DSP, 그리고 차세대 포토닉 패브릭까지, 마벨이 짜고 있는 판은 지금의 2인자 포지션보다 훨씬 큰 그림입니다.

물론 40배를 넘는 포워드 P/E와 소수 고객 집중 구조는 분명한 리스크입니다. 기술 상용화 일정이 밀리거나 대형 고객 하나가 이탈하면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점, 펀더멘털이 좋다고 어느 가격에든 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벨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지셨다면, 28년 매출 가이던스 달성 여부와 셀레스티얼 AI 기술의 상용화 진행 상황을 분기별로 직접 추적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DLbJu4mU-c